[뉴욕마감]반도체 폭락..다우 약보합

[뉴욕마감]반도체 폭락..다우 약보합

뉴욕=정희경 특파원
2002.07.26 05:44

[뉴욕마감]반도체 폭락..다우 약보합

[상보]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거친 하루였다.

미국 블루칩이 25일(현지시간) '차익실현'과 '저가 매수'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100포인트 이상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는 불규칙한 움직임 끝에 하락 마감했다. 이로써 지속적인 랠리로 바닥을 확인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일단 후퇴하게 됐다.

다우 지수는 약세로 출발했으나 30분을 넘기면서 상승 반전했다. 1시간 뒤 일시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낮 12시에는 1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씨티그룹과 JP모간의 엔론 관여설을 조사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하락 반전, 오후 2시40분께 200포인트 급락하기도 했다. 다우 지수는 마감 30분을 남기고 극적으로 반등했으나 이를 지키지는 못했다.

반면 기술주들은 반도체주가 폭락하면서 일찌감치 하락세로 방향을 정한 후 낙폭만 달리했다.

전날 15년래 최대폭 상승했던 다우지수는 이날 극심한 시소게임 끝에 4.98포인트(0.06%) 하락한 8186.31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낙폭을 줄였으나 50.14포인트(3.99%) 급락한 1240.09를 기록했다. 다우와 마찬가지로 87년 10월 이후 최대폭 상승했던 S&P 500 지수도 4.75포인트(0.56%) 떨어진 838.68로 장을 마쳤다. 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지수는 0.44포인트(0.12%) 내린 378.12를 기록했다.

이날 변동성을 높인 것은 회계부정 이슈였다. 최대 미디어 그룹 AOL 타임워너가 전날 SEC의 조사를 시인, 이날 급락세로 출발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높였다. 이는 차익실현을 예상했던 전략가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매도세를 유발했다.

그러나 하원이 전날 상원과 합의한 기업 개혁 법안을 곧바로 처리한 데다, 월드컴의 전직 재무책임자와 법인 자체가 기소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기업 부정 근절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춰진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것도 잠시 SEC가 씨티와 JP모간체이스의 엔론 지원설을 조사할 것이라는 블룸버그 보도후 다시 우려가 불거졌다.

이날 거래량은 연중 최대치를 기록한 전날에는 못미치지만 뉴욕거래소 24억1400만주, 나스닥 23억2000만 주로 많았다. 나스닥의 경우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을 6대 5로 앞선 반면 뉴욕거래소에서는 18대 13으로 오른 종목이 많았다.

업종별로는 설비와 은행, 소매주들은 전날의 강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반도체주가 10% 폭락한 가운데 네트워킹, 하드웨어 등 기술주들이 극히 부진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6개 전업종이 급락한 가운데 10.08% 떨어진 318.05를 기록했다. 이는 98년 이후 최저치이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과 노벨러스 시스템즈가 각각 14%, 10% 하락하는 등 장비주들이 약세를 주도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11.5%, 인텔은 6.5% 각각 떨어졌다.

반도체주의 부진은 전날 세계 최대 파운드리 반도체 업체인 타이완 세미컨덕터의 실적 부진 및 경고에 촉발됐다. 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돈 타이완 세미컨덕터(TSMC)는 3분기 평균 판매가격이 5% 하락한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뉴욕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ADR)이 23% 폭락했다. UBS워버그는 TSMC의 3분기 매출이 5~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도이치 뱅크는 반도체 장비주들의 전망이 어둡다고 경고, 하락세를 재촉했다.

퀄컴의 경우 UBS워버그가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11% 급락했다. 워버그는 퀄컴의 전망과 달리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고 등급 하향을 설명했다.

달러화는 다시 약세를 보였다. 엔/달러 환율은 116.81엔에서 116.55엔으로 밀렸고, 달러/유로는 1.0027달러로 1달러선을 회복했다. 채권은 상승, 10년물 수익률은 4.40%로, 30년물의 경우 5.31%로 각각 하락했다.

경제지표들은 엇갈렸다. 6월 내구재 주문은 3.8% 급감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을 유도했으나 신규주택 판매는 0.5% 늘어나며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반면 기존 주택판매는 예상보다 큰 폭인 11.7% 감소했다. 주간 실업수당 신청자는 20일까지 2만1000명 감소, 17개월래 가장 낮은 36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 해외 방문을 취소한 폴 오닐 재무장관은 그러나 이날 미국 경제 회복을 자신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제조업협회 연설을 통해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며 착실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까지 성장률이 3~3.5%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별 종목별로는 씨티와 JP모간체이스가 다우 지수와 흐름을 같이 했다. 전날 급등하며 다우 랠리를 이끌었던 두 종목은 오후 SEC 조사설로 약세로 돌아섰다 씨티는 0.2% 올랐으나 JP모간체이스는 4% 하락했다.

AOL 타임워너는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SEC 조사에 15.4% 급락했다. AOL 타임워너는 전날 장 마감후 2분기 합병 후 처음으로 흑자전환했다고 밝혔으나 SEC가 매출 과장 여부에 대한 사실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시간외부터 급락했었다.

생명공학업체 암젠은 전날 장마감후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데다 연간 전망도 상향조정한 데 힘입어 13% 급등, 생명공학주에 활력을 제공했다. BOA와 모간스탠리는 암젠의 등급을 상향했다.

이스트만 코닥은 순익이 예상치를 넘어섰으나 기존 전망을 유지하면서 향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토로한 게 부담이 돼 1% 하락했다.

한편 앞서 장을 마감한 유럽 증시는 전날 미국 증시의 폭등세에 힘입어 급반등했다. 그러나 독일 증시는 마감이 늦어 미국을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한 탓에 하락세로 마감했다. 유럽 대표종목으로 구성된 FTSE 유로 탑 100지수는 4.3% 급등한 1982.99를 기록했다. 런던의 FTSE 100 지수도 5% 오른 3965.9로, 파리의 CAC 40 지수 역시 3.4% 상승한 3127.40으로 각각 장을 마쳤다. 프랑크푸르트의 DAX 지수는 3.09% 하락한 3520.46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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