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주회사의 식구 늘리기
"우리나라의 금융지주회사 모델은 퇴직 임원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준 것 밖에 없다는 비판도 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주회사에 대해 `한마디'했다. 김행장의 말은 거의 모든 은행들이 지주회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길에서 벗어나 있는 한 은행장의 `딴지걸기'로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김정태 행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지금쯤 '종합금융서비스', '시너지'등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주회사의 식구 늘리기'에 대해서는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유니버설뱅킹 바람이 불면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법적으로 허용된 거의 모든 업종의 자회사를 거느리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신용금고를 한두개 인수했고 리스사를 하나씩 꿰어찼다. 종금사에다 일부는 증권, 보험사까지 거느렸다. 모두 고객에 대한 종합금융서비스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버블이 꺼지면서 혹독한 댓가를 치렀다. 옛 국민, 한일은행 등은 자회사 부실 때문에 들어간 돈만 1조원에 육박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진후 5년이 지난 지금 당사자들은 부인했지만 우리금융의 대생 인수설이 1일 흘러나왔다. 우리금융은 오는 12월에는 생보사를 직접 설립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대우증권에도 눈독을 들여왔고 대금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지주회사라는 이름으로 모든 업종의 자회사 소유와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신한지주도 비슷하며 하나 조흥은행에 이어 최근에는 외환은행까지 자회사 확대를 통한 지주사 설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주회사가 은행중심 모델에 비해 효율적이라는 것이 우리 금융업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지주회사 산하 자회사들간에 고객정보 공유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한 게 우리 현실이다.
"앞으로 은행업은 유통업이 될 것이다. 판매 채널만 가지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가져다 파는 개념이 될 것이다." 자회사 확장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에 앞서 우리 금융계는 이말부터 되씹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