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FOMC 앞두고 혼조
[상보]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장의 강세장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12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하루 앞두고 적극적인 매수를 꺼리는 분위기 속에 항공주와 반도체주들이 부진한 여파다.
20년 전 이날 다우와 S&P 500 지수는 경제 침체 와중에 사상 최장, 그리고 가장 긴 랠리를 시작했다. 당시 두 지수는 각각 776, 102포인트였고, 이후 이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그러나 29개월 째에 접어든 이번 침체장은 지난해 11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다시 구원의 손길을 요청하는 등 터널의 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항공주들은 미국 7위 업체인 유에스(US)에어웨이의 파산 보호 신청 이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L)도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로 급락했고, 반도체주들은 순익전망치 하향 등에 발목이 잡혔다. FRB가 13일 FOMC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한 풀 꺾인 것도 지난 주 랠리의 차익을 실현하는 매물을 유도, 하락에 일조했다. 그러나 거래량이 한산해 투자자 상당수가 FOMC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위팅은 이날 FRB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FOMC 위원들이 수요 둔화 위험과 인플레이션 우려 중 어느 것이 큰 지에 대해 상당한 논의를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는 급락세로 출발, 한때 163포인트 떨어지며 8600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장 후반 정유주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낙폭을 줄여 56.56포인트(0.65%) 떨어진 8688.89를 기록했다. 다우 지수는 일단 4일 연속 상승세를 마감했다.
정유주들은 이라크가 유엔과 미국이 요구한 무기 사찰을 거부, 유가가 급등한 데 수혜를 보았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9월 인도분은 이라크의 거부로 중동 긴장감이 고조되자 배럴당 1.02 달러 오른 27.88달러에 거래됐다.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막판 극적으로 상승반전, 등락을 거듭하다 0.59포인트(0.05%) 오른 1306.71로 장을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4.86포인트(0.53%) 하락한 903.78을 기록했다.
거래량은 뉴욕증권거래소 10억3300만주, 나스닥 10억4100만주 등으로 극히 부진했다. 두 시장 모두 시종 하락세를 보인 결과 내린 종목이 오른 종목보다 많았다.
독자들의 PICK!
이날 채권 가격은 상승했다. 10년 물 국채 수익률은 4.21%로 떨어졌고, 30년물의 경우 5.07%로 각각 내려갔다. 달러화는 그러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주춤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엔/달러 환율은 아시아, 유럽 분위기를 이어 받아 뉴욕 외환시장에서 지난 주 말 120.11엔에서 118.95엔으로 하락했다. 유로화는 반면 97.01센트에서 97.85센트로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항공주들이 가장 부진했다. 전날 US에어웨이의 파산 신청이 9.11테러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들의 경영난을 부각시킨 때문이다. US에어웨이는 정규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파산 가능성이 제기된 UAL이 26.9% 폭락하는 등 일제히 급락했다. UAL은 연방 정부에 요청한 18억 달러의 대출 보증이 힘들어 파산을 신청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도이치 뱅크 증권은 UAL이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할 확률이 80~85%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날 아메리카 에어라인의 모기업 AMR이 12.8%, 노스웨스트와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도 각각 7.4%. 4% 각각 떨어졌다.
반도체주들은 증권사들의 순익 전망치 하향에 하락했다. 살로먼 스미스바니는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에 대해 3분기 들어 PC 관련 매출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3분기 순익 전망치를 주당 14센트에서 12센트로, 매출은 67억8000만 달러에서 64억4000만 달러로 각각 낮춰잡았다. 목표가도 27달러에서 25달러로 하향했다. 인텔은 2% 떨어졌다.
CSFB 역시 장비업체의 매출 회복 추이가 2000년과 비교할 때 상당히 더디다는 이유로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과 KLA텡코르의 순익 전망을 낮췄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은 2% 하락했으나 KLA텡코르는 막판 상승 반전, 0.93%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2% 떨어진 312.09를 기록했다.
다우 종목인 엑손 모빌은 도이치 뱅크 증권이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하향, 1% 하락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 준비로 유가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올들어 지금까지 보였던 상대적인 우위가 약화되고 있다고 도이치 뱅크 증권은 지적했다.
이와함께 금융 및 소매주들도 약세였다. 씨티그룹과 JP모간 체이스 등은 지난 주 브라질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결정으로 급등했으나 FOMC 결정 등을 앞둔 차익 실현 매물로 하락했다. 이번주 대거 실적을 발표하는 소매업체들은 하반기 실적이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밝지 못하다는 분석으로 약세였다. 월마트는 1.6% 떨어졌다. 이날 2분기 순익이 38% 줄었다고 발표한 메이백화점은 0.8% 하락했다.
한편 모간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이날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했다. 올해 전망치는 2.8%에서 2.5%로 낮췄고, 내년의 경우 4%에서 3.4%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 역시 2.9%에서 2.3%로 낮춰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