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MARTHA INC.
2001년 12월 27일.
전날까지 계속된 크리스마스 파티의 여흥이 남은 듯 전용 제트기의 넓고 푹신한 좌석에 몸을 맡긴 마사는 동행한 친구들과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하루 600달러짜리 고급 스위트룸에서 연말 휴가를 즐기기 위해 멕시코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중간 기착지인 텍사스주 산 안토니오에 잠시 내렸을 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 딸 알렉시스의 친구이자 자신의 증권브로커인 피터 바카노빅이었다. 유망한 생명공학업체인 임클론의 주식을 당장 처분하라는 것. 흔쾌히 OK 사인을 보냈다. 총 3928주, 주가는 58달러 근처였다.
이미 억만장자가 된 그녀에게 22만8000달러는 별 의미가 없었으나, 연말 휴가도 잊고 일하는 '파트너'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식탁과 정원에 행복의 복음을 전파해온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60)는 이것이 생애 최악의 '비극'을 낳게 될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었다.
크리스토퍼 M. 바이런이 쓴 마사에 관한 전기 'MARTHA INC.'에는 이 같은 얘기가 '후일담'일 뿐이다. 1999년 말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MSO)'의 기업공개(IPO)로 억만장자가 되는데서 얘기는 끝이 나기 때문이다. 물론 '프롤로그'에 증시가 추락하고 사업파트너였던 K마트(K마트는 마사의 이름이 박힌 타올과 덮개 등을 판매, 연간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파산하게 되는 비교적 최근 얘기들이 소개돼 있긴 하다.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니어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405페이지 분량의 기록에는 성공을 향한 마사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이 담겨 있다. 뉴저지의 노동계급 사이에서 보낸 성장기에서부터 1960년대 월가의 견습생활, 그리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미국 최고의 여성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 어찌보면 그녀의 재능과 미모, 총명함에 대한 수사들은 지루할 정도로 많은 편이다.
폴란드계 이민 가정 6남매의 일원으로 성장한 마사는 제약회사 세일즈맨이었던 아버지로부터는 정원가꾸기를, 교사였던 어머니에게선 뜨개질과 빵 굽는 법을 배웠다. 버나드 대학에서 진학한 후 역사와 건축사를 공부하며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대학 2학년때 일찌감치 결혼을 했다. 졸업 후엔 결혼 축의금을 밑천삼아 재테크를 고민한 것이 계기가 돼 월가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10년 이상 증권브로커로 일하며 사업감각을 익힌 그녀는 이후 가정으로 돌아와 딸을 키우며 가사에 전념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잊고 있던 '전공'을 살려 출장 요리업에 나서게 됐다. 82년 발행한 요리책 1호 '손님치르기'가 60만부 이상 팔려나가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그녀는 탁월한 사업감각과 솜씨를 무기로 미국 수백만의 가정에 꽃꽂이, 제빵, 육아, 저녁 초대 등 집안 살림에 관한 '지침'을 전파하는 가정생활의 전도사로 자리잡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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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서 그친다면 여는 성공담들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MARTHA INC.'가 지닌 최대 미덕은 마사가 지닌 인간적 모순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데 있다. 마사는 각종 대중매체들을 통해 '가정주부'의 전범으로 철저히 브랜드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가사일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의 길을 걸어왔다. 일을 위해 결혼 생활을 포기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책 전편엔 이 같은 모순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마사는 미국의 모든 식탁과 정원을 지배하는 '살림의 여왕'이다. 그녀는 창간하는 잡지와 웹사이트마다 대성공을 거둬 '미다스의 손'. 그녀가 1997년 창업한 미디어회사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MSO)'는 연간 3억달러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가정사의 왕국'으로 성장했다.
미국 97%를 가시청권으로 하는 TV쇼, 500만 이상의 독자를 가진 생활잡지 '마사 스튜어트 리빙', 230여개 신문에 동시에 연재하는 고정 칼럼 '마사에게 물어보자', 주간 3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웹사이트 '마사스튜어트닷컴(www.marthastewart.com)', 온갖 살림살이의 매뉴얼을 담은 20여권의 베스트셀러. 이 모든 것이 그녀가 이룩한 것이다.
"하찮게 인식되온 집안 살림의 품위를 격상시키고 살림살이의 지평을 무한히 넓혔다"는 게 그녀에 보내는 미국인들의 찬사다. 그녀는 라이프스타일 코디네이터(life-style cordinator)라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했으며, 대표적인 여성 기업가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파국이 찾아왔다. 파국은 지난 6월 오랜 친구이자 임클론의 최고경영자(CEO)인 사무엘 D. 왁살의 '내부자거래'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본격화됐다. 왁살은 임클론의 항암제인 '에비툭스'에 대한 미 식품의약청(FDA)의 불승인 판정으로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가족들을 동원, 보유 지분을 처분했던 것. 공교롭게도 마사의 '결정'은 FDA 판정이 있기 하루 전에 이뤄졌다.
마사는 주가가 6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주식을 매각토록 한 사전 협약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아무도 이 '우연의 일치'를 믿으려 하고 있지 않다. 미 의회는 조사를 확대 중이며, MSO의 주가 폭락에 분노한 투자자들은 그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모든 언론들은 '여왕'의 몰락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책 중에서
"마사 스튜어트의 이야기는 휴식을 취하면서도 기회를 포착할 줄 아는 두뇌와 그것을 과감한 도전과 인재들을 통해 전례없는 성공으로 연결시킬 줄 아는 추진력과 에너지, 결단력을 겸비한 믿을 수 없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프롤로그
독자의 말
"이틀만에 독파했다. 매우 단순하고 흥미진진하고 쉬운, 그러나 사실상 2명의 전혀 다른 사람인 한 사람에 관한 얘기다"-인터넷 독자
저자 소개
크리스토퍼 브라이언 : 30년간 활동해온 기업 및 금융 칼럼리스트. 뉴욕 옵저버지에 유명 칼럼 '백 오브 더 엔빌로우프(Back of the Envelope)'를 6년간 연재해온 것을 비롯, 뉴욕포스트, MSNBC 등에도 기고하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한 후 콜롬비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미 해군으로 복무했으며 현재는 코네티컷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