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이라크보다 실적", 다우 172p↓

[뉴욕마감]"이라크보다 실적", 다우 172p↓

정희경 특파원
2002.09.18 05:24

[뉴욕마감]이라크 전보다 실적, 다우 172p↓

[상보] "월가는 후세인을 믿지 않는다" 뉴욕 주식시장이 이라크의 유엔 무기사찰단 복귀 수용에도 불구하고 17일(현지시간) 하락했다. 이는 미 투자자들에게 경제 위축과 실적 부진을 더 우려한 때문이다.

맥도날드를 중심으로 실적 경고가 잇단 가운데 산업생산이 올들어 처음으로 감소, 제조업이 불황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제조업 위축은 고용 시장 냉각을 거쳐 소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테러 사태 여파로 4일간 휴장했다 재개장한 지 1년을 맞는 이날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는 '이라크 효과' 기대감으로 개장 초 100포인트 이상 오르는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 장 마감 낙폭을 늘린 끝에 172.63포인트(2.06%) 하락한 8207.55로 장을 마감했다.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초반 반짝 상승하며 1300선에 바짝 다가섰으나 다우지수와 마찬 가지로 차츰 약세를 보여 15.94포인트(1.25%) 떨어진 1259.94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17.58포인트(1.97%) 내린 873.52로 장을 마쳤다.

증시는 당초 급등세가 예상됐었다. 이라크가 미국의 공격적인 자세에 밀려 유엔에 조건없는 무기사찰단 복귀를 수용한다고 밝혀 중동 긴장감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의 제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데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이라크 효과'는 단명에 그쳤다.

부시 행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과거 결의안을 이행하지 않았던 이라크에 대해 불이행시 적용할 구체적인 제재안을 담은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외교적인 전술변화가 미국의 입지만 축소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시가 30분을 넘기면서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선 데는 헤지펀드들이 '숏 커버링'을 '숏 셀링'으로 전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이라크의 제의를 지연전술로 간주, 긴장이 계속될 것으로 해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경제와 기업 실적 분야의 재료는 이날 부정적이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개장 직전 8월 산업생산이 0.3% 감소하고, 가동률은 0.2%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산업 생산이 줄어든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0.1% 증가를 예상했었다. 가동률 역시 전달과 같은 수준인 76.2%를 기대했으나 실제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미 제조업은 침체에 빠지자 조업 축소와 감원을 통해 자구에 나서 올들어 불황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회복세는 더디고 희미했다. 산업생산 감소는 제조업 부분의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는 최근 베이지북과 맥을 같이 한다. 공급관리자협회(ISM)의 8월 제조업 지수도 50.5를 기록, 간신히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실적 경고는 맥도날드를 중심으로 계속됐다. 다우 종목인 맥도날드는 미국과 유럽 지역의 3분기 판매가 부진한데다 4분기 역시 불투명하다며, 연간 순익 전망치를 낮춰잡았다. 이 경고로 미국 최대 햄버거 체인점인 맥도날드는 12.4% 급락하며, 다우 지수는 끌어내렸다. 맥도날드는 연간 순익 전망치를 당초 주당 1.35~1.41달러에서 이날 1.31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또 사업 개편에 나서 확장 속도를 늦출 계획이며, 내년 자사주 매입 규모도 5억 달러로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의 경고는 지난 주 하니웰,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뒤를 이은 것으로 순익 기상도에 안개를 씌웠다.

또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는 경쟁업체인 월 마트와의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으로 인해 순익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 12.1% 급락했다. 또 의약품 도매업체인 D&K 헬스케어는 이번 분기 매출이 부진하다며 주당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60% 폭락했다.

메릴린치의 미국 담당 수석 투자전략가 리처드 번스타인은 기업 순익이 지난 60여년간 가장 예측하기 힘든 상태라며, 이런 예측불가가 금리나 인플레이션 보다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평가 모델로 볼 때 순익이 늘어나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것 만큼 빠르고 강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거래량은 유태인의 속죄일(욤키퍼)로 한산했던 전날보다는 늘어났다. 뉴욕증권거래소는 13억6900만주, 나스닥의 경우 14억4800만주로 늘어났다. 두 시장 모두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배이상 많은 가운데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6%, 75%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오른 것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정유, 금 등이 특히 부진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1% 떨어지며 263.56을 기록했다. 알테라, 노벨러스 시스템 등은 상승했으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은 3.7%, 인텔은 0.8% 각각 떨어졌다.

소매업체들은 일부 종목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초반의 상승분을 반납했다. 베스트 바이는 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돈데다 USB 파이퍼 제프레이가 투자 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강력 매수'로 상향 조정한데 힘입어 5.7% 상승했다. 그러나 파산보호 상태인 K마트는 매출이 11% 감소하며 분기 손실을 낸 여파로 11.8% 급락했다. K마트는 매출 개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라크의 전격적인 제의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엑손 모빌이 하락했고, 록히드 마틴과 노스롭 그룸만, 레이시언 등 방위산업주도 약세를 보였다.

이밖에 타이코 인터내셔널은 전 최고경영자인 데니스 코즐로브스키가 직원 51명에게 비공식적으로 제공한 회사 대출금중 9600만 달러를 면제조치했다고 시인한 가운데 0.24% 떨어졌다. 찰스 슈왑은 시장 위축에 따라 직원 10%를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후 5% 하락했다. 이 회사의 8월중 고객 일 평균 거래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 늘었으나 전달 보다는 25% 급감했다.

이날 장 마감후 실적을 발표하는 오라클은 다소 부정적인 증권사들의 예상과 맞물려 이틀째 하락했다. UBS워버그는 오라클이 신중한 전망을 제시할 것이라며, 올해 업계의 투자가 크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오라클의 매출 및 순익 전망치를 하향한다고 밝혔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시벨 시스템즈는 사우드뷰 테크놀로지가 투자 의견을 '시장수익률 하회'에서 '중립'으로 높여 초반 강세를 보였으나 결국 0.8% 하락했다.

한편 국제 유가는 이라크의 무기사찰단 복귀 수용 발표 직후 급락세를 보였으나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하락폭을 절반으로 줄였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10월 인도분은 이날 배럴당 28.28달러까지 떨어졌다 전날보다 57센트 하락한 29.10달러에 마감했다.

앞서 장을 마감한 유럽 증시는 초기 랠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지표 악화와 차익 실현 매물 출회로 일제히 하락했다.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47% 떨어진 4025.10을 기록했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와 프랑크 푸르트의 DAX 지수는 각각 0.93%, 1.58%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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