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블루칩 3분기 87년이후 최악

[뉴욕마감]블루칩 3분기 87년이후 최악

정희경 특파원
2002.10.01 05:38

[뉴욕마감]다우-S&P, 분기로 15년래 최악

[상보] "동트기 전 새벽인가" 미국 주식시장이 9월과 3분기를 마감하는 30일(현지시간) 경기 침체 우려속에 하락했다. 그러나 온갖 악재들도 기록적인 부진을 기록한 9월과 3분기가 지나면서 일부 희망적인 지표에 기대, 날이 밝기 전에는 항상 어둡다는 점에 위안을 삼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미 증시는 이날 하락으로 6개월 연속 하락이라는 불운한 기록을 세웠다. 특히 다우 지수 등의 분기 낙폭은 1987년 블랙먼데이가 있었던 4분기 이후 최악이었다.

이날 출발은 급락세였다. 우선 개인 소비가 예상보다 적은 폭 늘어난 데다 시카고 제조업 경기가 다시 하강 국면에 빠졌다는 부정적인 지표가 잇따랐다. 세계 최대 소매점인 월마트가 동일점포 판매량을 낮춰 잡고, 인텔은 기술 기업 반등이 쉽지 않다고 언급하는 등 기업 측면의 악재들도 속출했다.

다우 지수는 개장 10분 만에 세자리수 떨어진 데 이어 낙폭을 200포인트 이상으로 늘려 한 때 7월 24일 장중 저점(7489.50)이 깨졌다. 나스닥 지수도 1160까지 밀렸고, S&P 500 지수는 800선이 위협받았다. 증시는 시간이 흐르면서 초반의 낙폭을 줄여나갔으나 하락권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다우 지수는 109.87(1.43%)포인트 급락한 7591.58로 장을 마감, 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27.22포인트(2.27%) 급락한 1171.94로 6년래 최저 수준이었다. S&P 500 지수는 12.11포인트(1.46%) 내린 815.26으로 장을 마쳤다. 다우 지수와 S&P 500 지수는 7~9월 3분기 18%씩 떨어져, 낙폭은 87년 4분기 이후 최대였다. 특히 S&P 500 지수는 9월 한달동안 11% 급락했다.

이날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킨 것은 소비 위축이었다. 소비는 경제 침체를 막아 온 버팀목. 소매점들이 잇따라 판매 부진을 호소하고, 정부의 소비 지출 통계로 기대 이하로 집계되면서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형성됐다.

월마트는 월간 동일점포 판매가 3~4%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월마트는 앞서 9월 판매량 증가율이 당초 예상했던 4~6%의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또 페더레이트 백화점도 2개월 연속 매출 전망치를 하향했고, JC 페니 역시 9월 백화점 매출 전망치를 낮췄다. 월마트와 페더레이트는 각각 3.49%, 5% 떨어졌다.

상무부는 8월 개인 소비가 0.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달의 1.0%는 물론 전문가들이 예상한 0.5%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카고 구매관리자협회의 9월 지수는 48.1로 집계되며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을 구분, 이를 밑돌면 경기가 다시 수축(침체)됨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53.0을 예상했고, 전달 지수는 54.9였다. 이처럼 9월 지수가 급락함에 따라 미국 제조업이 중심지 시카고를 필두로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실적 부진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UBS워버그는 지난 주 살로먼 스미스 바니 등에 이어 S&P 500 기업의 순익 전망치를 하향했다. 수석 투자전략가인 에드 커슈너는 4분기 순익 전망치를 12.96달러에서 12.42로, 내년의 경우 54달러에서 52.50 달러로 각각 낮춰 잡았다. 그는 시장이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순익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서부 해안 하역 작업이 노사 임금 분쟁으로 중단된 것도 경제에 하루 10억 달러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 속에 소매 업체 등에 부담을 주었다.

이날 거래량은 변동이 심했던 여파로 뉴욕 증권거래소 17억4400만주, 나스닥 16억1500만 주 등으로 지난 주 말보다 늘었다. 두 시장 모두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많았고, 내린 종목이 전체 거래량에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6%, 79% 였다. 업종별로는 금 생명공학 등이 강세였으나 반도체, 컴퓨터, 소프트웨어, 소매 등을 중심으로 약세를 기록한 게 많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인텔을 중심으로 편입 16개 전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3.38% 내린 238.24를 기록했다.

인텔은 최고 경영자인 크레이크 배렛이 기업들이 순익을 내 투자를 하기 전까지 컴퓨터 매출이 반등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게 부담이 돼 5.5% 떨어졌다. 경쟁업체인 AMD도 8% 급락했고,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과 노벨러스 시스템즈는 각각 1.8%, 4.7% 떨어졌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3.6% 하락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메릴린치가 올해와 내년 순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가운데 1% 하락했다. 메릴린치는 경제 회복세 둔화되면서 GE가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에릭슨은 3분기 매출 및 주문 전망치를 낮춰 잡은 여파로 11% 급락했다. 미 지역 전화업체인 버라이존과 SBC커뮤니케이션은 UBS 워버그의 내년 순익 전망치를 낮춘 여파로 2.3%, 0.4% 떨어졌다.

반면 긍정적인 뉴스도 있었다. 미기업경제학회(NABE)는 소속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경제 회복을 기대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앞서 미 경기 주기의 공식 판단 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은 지난 주말 최근 침체가 끝난 시점을 선정하는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번햄 펀드의 존 번햄은 "동트기 전에 가장 어둡다"고 전제한 후 "7월 저점이 붕괴된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애널리스트들이 대형 우량주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등 믿기 어려운 평가가 잇따랐다"고 최악이 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편 증시가 급락하면서 채권은 강세를 보였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607%, 30년물의 경우 4.66%로 각각 떨어졌다. 달러화는 약세였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주 122.53엔에서 121.66엔으로 하락했다. 유로화는 97.97센트에서98.73센트로 강세를 보였다.

앞서 장을 마감한 유럽 증시는 미 증시 급락세로 출발한 것에 놀라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5.14% 급락했고, 파리 증시의 CAC 40지수도 6.58% 하락했다. 프랑크 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5.73%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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