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제증시와 거품붕괴

국제금융시장이 극적인 위축세를 지속하고 있다. 각국의 주가지수는 새로운 기록을 계속 갱신하며 낙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주식시장의 대표지수인 미국의 다우지수는 지난 1997년 10월 이후 5년래 최저치에 근접했고 나스닥지수는 6년래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의 주요지수는 6~7년래 최저치를 잇따라 기록했다.
일본 니케이지수는 83년 3월 이후 19년래 최저치를 보였다. 10월 들어서만 5번째로 최저치가 바뀌고 있다. 아시아권 경제의 선두주자 한국 증시도 마찬가지여서 코스닥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종합주가지수도 600선을 하회하며 11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물론 세계 증시가 동반 침체를 보이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이라크 전쟁의 발발 위협이 커가는 도중에 브라질 대선이 미국 금융기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남미 위기가 재발될 경우 신흥시장 전체가 위험해 진다는 경고는 8월중 브라질 위기감이 증폭되었을 때 이미 지적되어 왔다. 증시의 버팀목이 되는 세계 각국의 실물경기도 회복할 이유보다 침체 지속의 이유를 찾기가 더 쉬운 편이며 그만큼 기업실적에 대한 개선전망도 어둡다.
아울러 미국 기업들의 회계서약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에 대한 불신감은 투자자들의 뇌리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대형은행들의 어려움도 시간이 갈수록 커가는 듯 하다. 투자은행의 실적이 악화된 지 오래이고 상업은행에는 부실채권이 누적되고 있다는 뉴스가 강타하고 있다. 남미 대출, 신기술 관련 대출이 부실화되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악재가 누적되어 나타나는 시점에 국제금융시장의 좌표를 제대로 읽어 내는 것 조차 어려운 상황인데 앞으로의 방향을 점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개별 금융시장 중 상대적으로 상대가치를 평가하기 용이한 증권시장을 기준으로 볼 때 현재의 국제금융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기 보다는 정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다우존스의 주가수익비율(Price/Earning Ratio)은 그 동안의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과거 평균수준의 2배를 넘는 44.8(10월 4일 현재, 파이낸셜 타임즈)을 기록하고 있다. 급락세를 지속해 오던 일본 증시의 경우에도 수익대비 고평가 정도는 그 동안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우리나라 증권거래소의 8월말 현재 주가수익비율은 18.9이나 극단적인 부실기업을 제외한 수치라고 알려져 있다.
달러화 역시 그 동안의 고평가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정의 길을 걷고 있다고 판단된다. 미 연준의 통계와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달러화 역시 미국 물가상승률을 각국의 물가상승률과 비교해 볼 때나 누적된 경상수지의 규모와 현재의 경상수지 적자 수준(GDP 대비 4%)에 비추어 볼 때 2~3년간 7~35% 평가절하가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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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 수일 간의 각국 증시와 환율의 급격한 조정은 고평가 또는 과잉 팽창에 대한 조정으로 보여지며 그 조정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만큼 단기간에 빠른 회복을 보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각국에서 저금리를 바탕으로 실물경제의 속도를 앞서가며 급등했던 주택가격도 서서히 조정기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10년 호황이 낳았던 거품이 기업회계장부, 증시, 환율을 거쳐 주택시장 순으로 하나둘 씩 걷혀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걷히고 있는 거품에는 9.11테러 이후 저금리 등 과도한 부양정책으로 얹혀졌던 거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시장의 조정은 급격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