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증시,잃어버린 13년..

[광화문]증시,잃어버린 13년..

이백규 증권부장
2002.11.07 12:45

[광화문]증시,잃어버린 13년..

주가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4.19 하루 전날 종합지수 938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서울 주가는 지금 30% 가량 하락, 700이하로 주저 앉았다. 올해 기업 이익은 단군이래 사상 최대이다. 3분기 이후 이익증가율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미국과 일본 유럽이 헤매는 악조건 속에서 일궈낸 유례없이 귀한 일이다. 근데 왜 주가는 이럴까.

시간대를 확장하면 더 안타깝다. 종합지수는 89년 4월1일 1007.77로 네자리 주가지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만우절날의 한낱 거짓말이었을까. 주가는 지금 88년 수준인 600대로 원위치했다. 그로부터 13년간 주가는 500에서 1000의 박스권에 사로잡혀 있다. 그 사이명목GDP성장률은 연평균 9.4%에 달해 국민소득이 3배 가량 늘었고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인기업의 자산은 7배나 늘었다.주가로만 보면 일본보다 긴 `잃어버린 13년"이다. 왜 일까.

강력한 주가분석 수단인 위험론으로 따져보자. 주가를 오르지 못하게 하는 위험은 크게 종목위험과 시장위험으로 대별된다. 종목위험은 개별 상장-등록기업의 위험이다. 무모한 투자, 분식회계, 이익 빼돌리기 등등. 투자자 입장에선 공개된 재무제표만으로는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알아 내야 할 정보들이다. 이런 정보들은 주가와 투자자산을 일거에 날려 버리는 `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위험은 증시 주변환경에 의해 주가가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주가는 사회의 거울론'에 입각해 있다. 대선을 앞두고 연일 계속되는 후보들의 폭로전과 스캔들, 표류하는 정책과 복지부동 그리고 레임덕, 기업인들의 몸사리기와 투자보류 등등의 대선 징후군들이 대표적인 시장위험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종목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이 노출되기 전까지 대부분의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는 눈 뜬 봉사가 되어야만 했다. SK그룹은 투자자들 몰래 이면계약으로 1000억원 이상을 유출시켰고 쉬쉬하다 언론에 노출됐다. 증시의 간판 플레이어이자 상장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가 되어야 할 증권사 가운데는 결산기 내내 흑자를 낸 것으로 발표해오다가 마감 직전 수천억대의 부실을 장부에 올려 적자로 결산 마감한 데도 있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그렇게 부르짖었던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공념불에 불과했단 말인가. 많은 걸 잃어도 시장의 투명화 이것 하나만은 해내자는 다짐은 어디로 갔나. 일부이겠지만 법인체들의 비틀린 행동거지를 보면 허망하기조차 하다. 마치 20여년 동안 변함없이 구태를 재현하고 있는 대선후보들의 정치판을 연상케한다.

시장위험과 종목위험에 노출된 주가. 이익을 내고도 소액주주 몰래 이리저리 빼먹는 관행. 오너들이 전횡을 일삼는 전근대적인 기업지배구조. 이런 관행이 점진적으로 개선돼간다면 주가는 박스권을 탈출, 지수 2000을 향해 비상할 수도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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