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내 ECN의 불투명한 장래

1990년대 후반의 전자정보기술의 발전은 온라인 증권거래 열풍을 몰고 왔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주식거래에 대한 투자자의 새로운 욕구가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거래시간 내에서만 주식을 거래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틈새시장을 목표로 성장을 시작한 것이 전자거래시스템(ECN: Electronic Communications Network)이다. 우리나라도 한국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의 거래시간이 끝난 이후에 투자자의 주식거래 편의를 위해서 2001년 전자장외증권중개회사 제도가 도입되었다. 2001년 12월에 최초의 전자장외증권중개회사인 한국ECN증권이 영업을 시작함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도 정규시장 종료 후 야간의 일정 시간대에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ECN은 정규 거래시장에 대한 `대체적인 거래시스템(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의 하나로 가격변동을 허용하면서 주문을 전자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체결시켜주는 거래시스템이다. 우리나라의 전자장외증권중개회사는 야간에 당일 종가로만 특정 주식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식의 ECN과는 다른 변형된 형태의 대체거래시스템이다.
그러나 가격변동이 허용되지 않는 국내의 야간거래시스템은 극심한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거래가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는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ECN증권의 250개 거래종목 가운데 거래가 일어나는 거래종목은 평균 약 65%에 불과하며 그 수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는 투자자의 야간 주식거래 편의를 위해 시도된 전자장외증권중개회사의 존립이 불투명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허용된 당일 종가에 의한 야간거래시스템은 시장의 기능을 담당하는 시장센터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국내에서 ECN을 비롯한 실질적인 대체거래시스템의 도입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며, 도입 타당성에 관한 논쟁은 아직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거래시스템 도입의 긍정적인 측면은 시장센터간의 경쟁을 통해 시장전체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다양한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일 주식이 다수의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일어나는 시장분할로 인해 유동성이 떨어지고 최선의 가격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야간의 자유로운 주식거래를 허용하면서 발생할지도 모를 증권시장의 투기장화, 불필요한 중복투자, 불안전한 시장 감리에 의한 투자자의 피해 등 잠재적인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대체거래시스템이 가져다줄 경쟁의 이점이 얼마나 긍정적인지도 대답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독자들의 PICK!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역사와 발전방향은 미국과 다르다. 또한 국내 증권시장은 주문제출, 매매체결 및 체결결과의 통보에 이르는 거래 전과정이 이미 완전 전산화되었기 때문에 정규시장이 야간으로 거래시간을 늘린다면 ECN 도입으로 인한 실익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한국시장에 대체거래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증권시장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증진시키고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는 것은 성급한 평가일 수 있다. 또한 경쟁의 도입이 시장분할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발생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경쟁의 이점이 의문시된다는 이유로 경쟁의 가능성 마저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다. ECN의 생존과 성장에 관련된 의사결정 사항은 업무를 수행하는 개별기업의 경영판단에 맡겨야 하며, 정부의 역할은 시장원리에 따른 공정한 경쟁 도입과 시장분할에 따른 부작용 방지책 마련에 집중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