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40분>광화문=경제부처 개편하라
김대중 정부가 지난 5년동안 추진한 4대 개혁을 마무리할 시점에 왔다. 누가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러나 일단 낙제는 아니라고 해두자. 총점으로 보면 100점 만점에 60점은 넘을 것같다.
특히 재벌개혁은 인상적이었다. 재벌들은 변한 게 없어 아직 멀었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400%를 넘던 부채비율을 100%대로 낮추고, 계열사간 빚보증 사슬을 끊은 것만 해도 큰일을 한 것이다. 재계 2위를 넘보던 대우를 해체한 것도 대단했다. 얼마나 과욕을 부렸는지 재벌들에게 `그룹'이란 말을 쓰지 말라는 촌극까지 벌였다. 얼마 뒤에는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를 맞바꾸라며 대통령이 직접 재벌 총수들을 채근했으니 웃지 못할 노릇이다.
그래도 집권 직후부터 이른바 `재벌개혁 5+3원칙'이란 것을 제시하고 일관성있게 밀어부친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어느 정권도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권 초에는 `재벌 길들이기'차원에서 군기를 잡다가 은근슬쩍 밀월관계로 넘어가는 모습을 어디 한두번 보았는가.
금융개혁도 `빅뱅'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강도가 높았다. 환란전 33개이던 은행은 절반이 사라져 이제 17개다. 종금사는 30개에서 2개만 남았다. 상호저축은행도 절반이 정리됐고, 신용협동조합 수백 곳이 폐쇄됐다. 부실청산을 위한 수술비(공적자금)는 156조원이나 들었다. 이 정도면 가히 폭풍이 일었다고 할만하다.
그런데 공공개혁은 내가 보기에 낙제다. 노동개혁에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지만 이것은 노와 사가 함께 변해야 하는 쌍방의 문제라고 치자. 이에 비해 공공개혁은 4대 개혁을 부르짖은 당사자의 문제다. 스스로는 고치지 않고 남에게만 고치라 하면 되겠는가. DJ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강행하고, 열심히 군살을 뺐다고 항변할 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중앙부처 개혁'이 빠져 있다. 재정경제원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고 금감위와 금감원을 만드는 등 정부조직을 손질했지만 좋은 설계가 아니었다.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를 합치는 일은 뭉개 버렸다. 그리고는 만만한 공기업이나 산하단체만 가지고 주물렀다. 가장 큰 골격인 중앙정부가 열외된 공공개혁은 아무리 잘해도 50점을 넘을 수 없다.
대선시즌을 맞아 정부조직 개편론이 부상해 관료사회가 어수선하다. 특히 경제부처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정치권 뿐만 아니라 관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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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동은 정반대다. 장관들은 무작정 `생존논리'만 부르짖고 있다. 국장은 국장대로,과장은 과장대로 자기 국과 자기 과를 지킨다며 결연한 모습이다. 명분도 여러가지다. 이도저도 아니면`상징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까지 들고 나온다. 이런 식의 완고한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지난번 정부조직개편은 완전 실패로 끝났다.
정부조직을 자주 뜯어 고치면 안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 대원칙은 `작고 강한 정부'다. 이를 위해 각 부처들을 적정규모로 합치고,기능을 혁신해 과잉인력을 전면적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굳은 결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