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美 경기 어둡지만은 않은 이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0.5%포인트 금리인하가 월가에서 화제다. 바로 시장의 기대를 넘는 인하폭과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연준의 시각때문이다. 그동안 미국경제가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꾸준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1.75%의 정책금리 수준이 충분히 낮다라고 주장해 왔던 연준이다. 이러한 연준이 0.25%포인트도 아닌 0.5%포인트를 내렸으니 그 배경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연준의 공식적인 설명은 경제상황이 그리 나빠서라기 보다는 `지정학적'불확실성 등으로 경제가 예상밖의 침체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적 차원에서 큰 폭의 금리인하를 결정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연준이 그동안 부정해 왔던 경기재침체의 가능성을 일단 수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다만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하는 허를 찌름으로써 시장에 끌려 다니는 연준이 아님을 보여주고, 금리 추가인하 기대에 시달리지 않기 위한 고도의 작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쉽게 알 수 없지만 연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전망은 썩 밝지 않다.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견실한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연준의 실탄은 이제 거의 다 소진되었다는 것이다. 케인지언적인 재정정책(수요창출)이냐, 공급경제학적 재정정책이냐 하는 논의도 들린다.
연준의 금리인하 직후 모간 스탠리는 내년도 전망을 다소 상향조정하였다. 정책시차를 감안할 때 금리인하 효과가 4/4분기중에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4/4분기에는 3/4분기의 호조에 따른 반사효과로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다만 가파른 소비자 신뢰도 저하에도 불구하고 10월의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 4/4분기 전체로 성장세가 크게 꺾이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내년 들어서는 회복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미국경기 전망은 가계부문과 기업부문이 어떠한 지출행태를 보일 것이냐에 달려 있다. 가계는 그동안 주택대출, 무이자 할부판매, 주택가격 상승 등 저금리를 활용하여 건실한 소비지출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고용이 늘지 않고 기업부문의 지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지출이 언제까지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서 비관론자들의 대답은 `노'인데 반해 `신경제'를 믿는 낙관론자들은 큰 폭의 생산성 증가를 근거로 조건부 `예스'를 주장하고 있다. 즉, 최근의 생산성 증가율은 GDP성장률을 크게 상회하여 고용 증가 없이도 생산성 향상에 상응하는 가계소득 및 기업이윤 증가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노동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4분기중 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6%에 달해 기업이윤(세전)이 전년동기대비 15.2% 늘고, 근로자 실질급여도 2.1%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계속 증가하여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JP모건의 조사에 따르면 3/4분기중 내구재 및 주택에 대한 가계지출의 대 GDP 비율은 13%로 70년대 이후 장기평균치인 12.7%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기업부문에서도 미약하지만 회복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생산 및 투자가 아직은 대부분 부진하나 설비투자 증가율이 2/4분기의 3.3%에서 3/4분기중 6.5%로 높아지고 고용지표도 11월 들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불확실한 요인이 많기는 해도 미국 경기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