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조흥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에 투자한 외국자본은 엄청난 투자이익을 올리고 있다. 옛 국민은행에 5억달러를 투자한 골드만삭스가 투자액 대비 300%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을 비롯 한미은행에 투자한 칼라일, 알리안츠(하나은행), ING(옛 주택은행) 등도 현주가 기준으로도 최소 10%에서 70%까지 수익을 내고 있다. 1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을 5000억원에 인수한 미국의 뉴브리지캐피탈도 51%의 보유지분을 팔면 최소 100%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기로 유명한 벌처펀드 조차 30%정도의 수익만 거두면 대성공으로 평가받는 현실에서 국내 은행에 투자한 외국 자본이 거둔 성과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이들이 은행산업의 대주주로 들어와 달라진 게 뭐냐고 묻는다면 딱히 내세울 게 없다. 또 이들이 국내 금융산업에 선진기법을 전수했는 지도 의문이다.
골드만삭스나 뉴브리지캐피탈, 칼라일 등은 국내 은행산업에 투자할 당시 자신들은 단기 투자목적의 투기펀드가 아니며 선진 금융기법과 노하우를 한국에 옮겨 주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들은 애초부터 `먹고 튀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 선거가 채 한달 남지않은 상황에서 조흥은행 매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한지주 컨소시엄, 일본의 신세이은행 컨소시엄, 미국 써버러스 펀드와 ABN암로 등 4개 그룹이 실사를 벌이고 있고, 내달 초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조흥은행 매각도 국제 투기자본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써버러스 펀드나 신세이은행 그룹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리플우드 등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잘 알려진 벌처펀드다. 신한지주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워버그 핀크스 역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흥은행은 과거의 제일은행처럼 더 이상 부실은행이 아니다. 연말이면 하이닉스 충당금까지 100% 쌓으며 내년에는 1조원 이상의 순익을 내게 된다. 3조원이 넘는 법원 공탁금 관리와 1200만명에 이르는 고객 등 리테일 기반은 어느 은행보다 튼실하다.
그동안 국내 은행산업에 투자한 외국자본 중에서 알리안츠, ING, 코메르츠방크등 금융기관이 투자한 경우와 골드만삭스, 칼라일, 뉴브리지캐피탈 등 펀드가 투자가 경우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외환위기 때는 상대방을 가려가면서 은행을 팔 상황이 아니었기에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다르다.
은행법에도 국내 금융기관 주식의 10% 이상을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은 '은행업을 영위하거나 금감위가 따로 정하는 금융기관'으로 제한하고 있다. 뉴브리지나 칼라일의 경우와 달리 금감위가 이 조항만 엄격하게 적용해도 투기펀드의 조흥은행 인수는 막을 수 있다.
적어도 조흥은행의 경우에는 공적자금 회수와 함께 금융산업의 비전이나 발전까지 함께 고려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