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증권주가 뜨기 위한 조건

[광화문] 증권주가 뜨기 위한 조건

이백규 증권부장
2002.11.29 12:06

[광화문] 증권주가 뜨기 위한 조건

[편집자주] 전근대적인 천수답 경영을 극복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게 증권인의 도덕률 회복이고 이게 이뤄져야 증권주는 10년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주 증권사들의 실적이 줄줄이 공개됐다. 증권사들의 4-9월 상반기 경영전반에 관한 실적이 거래소 자료를 통해 드러났고 공정공시를 통해 10월중 증권사별 약정실적이 발표됐다.

증권사 실적은 예상대로 였다. 거래소 발표 20개 상장 증권사 가운데 대우 동부 부국 신흥 한양 한화등 6개 증권사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교보 대신 동원 메리츠등 9개사는 순익이 대폭 줄었다. 20개중 15개 증권사, 무려 75%가 악화됐다. 박리다매의 디스카운트 브로커 방식으로 흑자전환한 세종증권을 비롯 5개사만 호전됐다.

실적악화는 증권사 새 회계년도가 시작된 4월 이후 거래가 급감하면서 예견됐었다. 증권사 수익원은 크게 3가지. 브로커(단순 중개매매), 인수주선(언더라이팅)과 자기매매(딜링)이다.

전체 매출(영업수익) 6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브로커 위탁수수료 수입, 10% 미만인 인수수수료등 주요 수익원이 거래 감소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주가가 내리고 시황이 나빠지면 주식을 사고 팔고 발행하는 빈도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연초 하루 6조원에 육박하던 거래대금은 절반으로 줄더니 이제 활황기의 3분의 1(2조원) 이하로도 간다. 증권업은 1 년 벌어 몇 년 먹고 산다고 한다. 4-5년에 한번 찾아오는 큰 장이 낀 회계연도에 한몫 챙겨놓고 나머지 기간은 그 수익을 곶감 빼먹듯 조금씩 꺼내 쓰면서 현상유지한다는 것이다. 증권사 법인도 그렇고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증권주는 거래대금 2조원대 에서 사서 4조원 수준에 팔면 안전하다는 투자가이드가 제시되기도 한다.

대략 하루 거래대금이 3조원이면 사고 파는데 각기 평균 수수료 0.2%(2001회계년도기준)씩 도합 0.4% 즉 120억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연간 250 거래일 기준 3조원 정도의 수수료가 증권사 수입금으로 잡힌다. 하루거래대금 3조, 연간 수수료 수입 3조원이 증권사 BEP선인 셈이자 증권사 안정 경영의 마지노선인 것이다.

증권업은 흔히 천수답 경영이라고 한다. 하늘에서 비가 와야만 농사를 지을수 있는 논처럼 주가가 올라야만 수익이 발생하는 한심한 경영구조를 지칭한다. CEO나 직원들의 노력, 올바른 경영전략, 마케팅전략 신상품개발 등등. 그 어느 것보다 수익을 좌우하는 것은 시황이자 수수료인 것이다.

언제까지 주가만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가 하는 자조 어린 소리도 들린다. 여기에 뜻있는 증권사 CEO들은 사업다각화에 나서 종합자산관리업이나 IB(투자은행), 주문형 상담의 PB분야로 방향을 전환, 미래의 캐쉬카우를 길러내고 있다. 말같이 쉽지만은 않지만 우리 증권업이 가야할 방향이기에 정부 관리들도 동참해 증권사의 다양한 수익원 개발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민관 합동 모델 개발에 나서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몇몇 증권사는 자기만 살겠다고 나서 눈살을 찌프리게 한다. 장기침체 등으로 상황이 어려워지자 일부 중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수수료를 안받거나 수수료 이상의 경품을 제공하고 심지어는 타사 고객을 빼앗기위해 금품을 제공한다고 한다.

전근대적인 천수답 경영을 극복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게 증권인의 도덕률 회복이고 이게 이뤄져야 증권주는 10년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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