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악재에 민감" 기술주 급락
[상보] 호재에 익숙해진 미국 투자자들이 악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개월의 랠리가 지속되려면 경제회복이나 기업 순익 개선의 분명한 신호가 필요한 상태다.
뉴욕 주식시장이 3일(현지시간) 기술주들의 잇단 실적 전망 하향으로 급락했다. 최대 미디어업체인 AOL 타임워너는 온라인 부문의 내년 매출이 급감,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대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도 내년 휴대폰 시장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아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자동차 판매 부진도 투심을 흔들었다.
간판 기술주들의 이런 경고로 인해 전날 경제 회복 둔화 우려에 뒤밀린 투자 심리가 더 위축돼 증시는 시종 약세를 보였다. 특히 기술주들은 나스닥 선물이 한 때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등 부진을 보였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는 119.64포인트(1.35%) 하락한 8742.93으로 마감하며 8800선이 무너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5.82포인트(2.41%) 떨어진 1448.93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13.78포인트(1.47%) 내린 920.75로 장을 마쳤다. 증시는 하락세로 출발했다. 이후 낙폭을 더 늘렸다 오후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다 마감 1시간을 남기고 다시 낙폭을 키웠다.
개장 전 메릴린치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리처드 번스타인은 주식 투자 비중을 50%에서 45%로 낮추고, 채권 비중을 30%에서 35%로 높일 것을 권고, 투자 분위기를 가라 앉혔다. 그는 시장이 매우 투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강세장의 초입이 아니라 현재 장세의 끝무렵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S&P 500 지수의 12개월 목표가는 전날 종가(934.53) 보다 크게 낮은 860으로 제시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랠리가 2개월째 지속되면서 강세장 도래를 기대해 왔다. 다우 지수는 8주 연속, 2개월째 상승했고, 2개월 상승분 17.2%는 87년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나스닥 지수 역시 10월 13.5%에 이어 1월 11.2% 올랐다. 전문가들은 오는 6일 발표되는 실업률 등이 경제 회복을 뒷받침해야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 주말 소매 판매가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이는 앞서 경제 지표 호전에 따라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도쿄미쓰비시와 UBS워버그가 공동 작성하는 주간 소매체인점 판매 지수는 지난달 30일까지 0.3%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으나 증시에 별다른 힘이 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재취업 알선기관인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는 기업들의 11월 감원 발표가 전달보다 1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감원 규모가 40만 명을 웃돌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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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는 금과 정유, 설비를 제외하고는 약세를 보였다. 항공의 낙폭이 컸고, AOL 경고 여파로 인터넷도 급락했다. 네트워킹과 반도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노키아의 조심스런 실적 전망까지 겹쳐 5.23% 급락한 355.63을 기록했다. 16개 전종목이 떨어진 가운데 인텔과 AMD가 각각 3.5%, 8.4% 하락했다. 모토로라는 9% 급락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6.5% 떨어졌다.
노키아는 이날 애널리스트 모임에서 내년 휴대폰 시장 성장률이 10%를 조금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와 비슷한 수준이나 전날 메릴린치가 내년 휴대폰 출하 증가율을 2.5%에서 18.5%로 확대한 직후 나와 부정적으로 해석됐다. 노키아는 이라크전 가능성과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전망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키아의 신중한 전망은 반도체를 비롯해 관련주에 악재로 작용했다. 노키아는 4.5% 떨어졌고,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5% 하락했다. 에릭슨도 3.9% 내렸다.
AOL은 내년 온라인 부문 광고와 상거래 매출이 40~50% 급감해 매출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온라인 매출은 당초 목표대로 88억~9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재확인했으나 내년 어두운 전망은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 내렸다. AOL은 13% 급락했고, 세계적인 포털인 야후도 3.7% 하락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11월 판매 부진으로 인해 줄줄이 하락했다. 최대 업체인 제너럴 모터스와 2위인 포드 모두 10월 보다는 감소폭이 줄어들었으나 11월 역시 두자릿수 판매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GM과 포드는 각각 5%, 13% 떨어졌다.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 소프트는 매사추세츠주에 이어 웨스트 버지니아가 반독점 소송 항소에 가세할 것이라는 소식으로 인해 1.7% 하락했다. 이밖에 제약업체인 머크는 연구 책임자가 연구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사임했다는 소식에 1% 하락했다. 에드워드 스콜닉은 정신 질환 치료 연구만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채권은 약세를 보였고, 달러화는 강세였다. 10년물 채권수익률은 4.216%로, 30년물의 경우 5.044%로 각각 높아졌다. 엔/달러 환율은 124.55엔으로 전날 보다 상승했고, 달러/유로는 99.63센트로 소폭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