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실적 전망, 증시 방향을 가른다
【권성희의 뉴욕전망】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최근 특징은 '방향성 없음'이다. 낙관론자는 건전한 조정이라고 주장하고 비관론자는 랠리가 끝났다고 맞서는 가운데 사실상 뉴욕 증시는 주요한 지지선도 저항선도 넘지 않은 상태에서 낙관론과 비관론의 말싸움을 놀리듯 즐기고 있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4일(현지시간)까지 4일 연속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2일째 떨어졌다. 경제지표는 모두 좋았으나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부진했고 주가 급등에 따른 과매수 문제가 투심을 위축시켰다.
중요한 사실은 호황장은 '우려의 벽'을 타고 올라간다는 점이다. 즉, 호황장일 때는 소식이 좋으면 좋아서, 나쁘면 나쁘다고 우려하면서 오른다. 그야말로 이유없이 오르기 때문에 호황장이다. 반면 침체장은 이유없이 떨어진다. 좋으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나쁘면 나쁘니까 내려간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뉴욕 증시는 이번주들어 재료에 민감하게 움직이면서 호황장의 특징도, 침체장의 특징도 뚜렷이 보여주지 않고 있다. 4일 장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뉴욕 증시는 모간스탠리의 반도체주 등에 대한 투자의견 강등과 휴렛팩커드의 매출액 하향으로 전반적인 하락세였다.
그러나 11월 전미 공급관리자 협회(ISM) 비제조업 지수의 예상 이상 호조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내년 개인용 컴퓨터(PC) 출하량 성장 전망으로 오전과 오후에 한번씩 랠리를 시도했다. 특히 MS의 PC 전망으로 오후들어 낙폭이 크게 줄었다.
5일에도 이런 방향성 없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장 중에 참조할만한 중요한 소식이 없는데다 장 마감 후에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분기 실적 전망이 예정돼 있고 다음날 개장 전에는 11월 노동시장 동향 발표가 기다리고 있어 투심은 더욱 갈대처럼 흔들리며 눈치보기가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락세가 다소 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발 매수로 반등할 여지가 좀더 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에 11월30일까지 주간 실업수당 신청자수가 발표된다. 주간 실업수당 신청자수는 최근 감소세로 증시에 주로 호재로 작용했다. 이외에는 예정된 경제실적 발표나 실적 발표가 없다. 장 마감 후인 오후 5시30분에 인텔이 4분기 실적을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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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실적 전망은 항상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반도체는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부품으로 사용되므로 전체 정보기술(IT) 산업의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이다. 인텔은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80%를 점하고 있어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사용되는 PC 시장의 동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PC업체 하나의 실적 전망은 PC산업 전체의 문제라기 보다 그 회사만의 문제라고 해석이 가능하지만 인텔은 그렇지 않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80%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인텔이 좋지 않다고 말하면 PC시장 전체가 좋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독점력 때문에 전체 IT산업의 동향을 보여주는 풍향계로 여겨지는 기업이 인텔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시스코 시스템즈다.
반도체 산업이 펀더멘털상 최악은 지났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미미하나마 올해 소폭의 성장이 예상되고 내년에는 두자리수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자리수 성장이라도 현재 주가 가치를 정당화시켜줄 만한 수준인가, 그리고 어느 부문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냐 등이다.
첫째, 주가 가치는 모간스탠리가 4일 반도체주와 반도체 장비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하는 이유가 됐다. 펀더멘털은 개선됐지만 10월9일 저점 대비 반도체주가 60% 급등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추가 상승 여력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리먼 브러더스는 현재 인텔 등 반도체주의 주가가 지난 5년간에 비해서는 저평가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실 주가수익비율(PER)은 침체 끝에서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현재를 전후한 실적은 부진하지만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로 인해 주가는 미리 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실 펀더멘털 악화가 끝난 것으로 보이는 현 시점에서는 주가의 적정 가치를 논하기란 어렵다. 인텔의 5일 실적 전망은 향후 성장성에 비춰볼 때 PER이 적정한가란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힌트를 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인텔이 내년 실적에 대해서는 전망을 꺼린다면 이는 경제 불확실성을 반영하므로 부정적일 것이다.
둘째, 어느 부문이 성장을 주도할 것인가의 문제다. 2일 장 마감 후에 반도체회사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와 차터드 세미컨덕터가 향후 매출액 전망치를 상향했다. TI는 휴대폰과 디지털기기 등 PC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높은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인텔과는 공략 분야가 다르다.
다만 아직도 아날로그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비해 적으므로 아날로그 반도체의 회복만으로는 IT산업 전체적인 회복을 체감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TI가 좋다고 말하는 것과 인텔이 좋다고 말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차터드는 다른 반도체회사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주문자 브랜드로 생산해주는 파운드리 회사다. 경기가 나쁠 때는 비용을 줄이려는 수요 때문에, 경기가 좋을 때는 생산 여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주문이 느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경기가 웬만큼 나쁘지 않고서는 불황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차터드가 좋고 말했다 해서 IT산업의 회복을 섣불리 재단하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인텔의 실적 전망은 전체 IT산업은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을 훑어볼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내일(5일) 증시보다 6일 증시가 더욱 중요한 것은 6일에야 인텔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주는 11월에 대한 중요한 경제지표가 일단락되고 인텔을 끝으로 4분기 실적 전망의 1막이 완료되는 시기다. 인텔의 실적 전망과 11월 노동시장 동향 발표 후 투자자들의 첫 반응이 나타나는 6일 장이 다음주와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이번주 하락세가 단순 조정인지, 아니면 랠리 트렌드의 끝인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