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상보] 이라크 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월 스트리트를 짓누르고 있다. 뉴욕 주식시장은 27일(현지시간) 유엔 무기사찰단의 안보리 보고에도 이라크 사태의 혼미가 가시지 않자 지난 주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는 8000선이 무너졌고, 나스닥 지수도 전년 말 대비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증시는 유엔 무기사찰단의 보고에 앞서 약세로 출발했다. 이어 기존주택 판매가 급증했다는 소식에 일시 반등했으나 전쟁 우려가 높아지면서 하락했다. 장 마감 직전 일시 낙폭을 줄였다 이전 수준으로 되밀렸다.
다우 지수는 141.45포인트(1.74%) 떨어진 7989.56으로 마감했다. 다우 지수 80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10월 14일이후 3개월 만이다. 나스닥 지수는 16.86포인트(1.26%) 내린 1325.28을 기록, 작년 말 종가(1335.51) 밑으로 떨어졌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13.93포인트(1.62%) 하락한 847.48로 장을 마쳤다.
최대 악재는 이라크 사태 였다.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은 60일간의 조사활동에서 이라크가 대체로 협조했으나 대량 살상무기를 없애라는 유엔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의 생화학 무기와 미사일 개발 여부 등 확인할 사항이 남아 있다며, 조사 연장을 요구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라크가 핵프로그램을 재가동하고 있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수개월간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라크의 협조가 충분하지 못해 자발적인 무장해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전쟁 임박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의 관점에서 매우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부시 대통령이 유엔 이사국들과 협의를 계속할 것이고, 여전히 평화적인 해결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28일 오후 9시(한국시간 29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연두교서에서 보다 분명해 질 전망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안보리 다른 이사국들은 미국의 이라크 조기 공격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사찰단에 더 시간을 주자는 의견을 보였다. 시장은 미국이 우방의 지원없이 공격에 나서게 되면 단기전으로 승리하더라도 전 후 이라크 수습이 간단치 않아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는 데 우려했다. 또 북핵 등 다른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이런 혼미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하게 되고, 경제도 활력을 되찾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투자자들을 괴롭혔다.
국제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블룸버그 TV와의 회견에서 투자자들은 이라크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무리한 투자를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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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융시장은 주식은 물론 달러화와 채권이 함께 떨어지는 트피플 약세를 보였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3년래 최저치를 경신했으나 오후들어 낙폭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유가는 오후들어 유럽의 조기 전쟁 반대 입장이 부각되면서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3월 인도분은 배럴당 99센트 떨어진 32.29달러에 거래됐다. 금값은 한때 온스당 370달러선을 넘어서며 6년래 최고 치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보다 1달러 오른 379.40달러를 기록했다. 채권도 떨어졌다.
이날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네트워킹, 항공, 설비, 정유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42% 내린 279.65를 기록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과 노벨러스 시스템즈 등 장비주들이 강보합세를 보였고, 인텔도 0.3% 올랐다. 반면 AMD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각각 2.7%, 2.6% 하락했다.
항공주들은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부각되며 약세를 보였다. 관광 부문 의존도가 높은 월트 디즈도 1.9% 하락했다. 기술주들은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최고경영자들의 조심스런 전망에도 타격을 받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전날 기술 투자가 이른 시일내 크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과 시스코시스템즈의 존 체임버스 쳄버스도 올해 IT 투자 반등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렛 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는 "미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회복될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마이크로 소프트와 시스코는 각각 1.4%, 1.1% 떨어졌다. 오라클은 배런스의 긍정적인 평가에 힘입어 1.3% 상승했다.
이밖에 화이자, 머크, 일라이 릴리 등 제약주들은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점이 부담이 돼 약세를 보였다.
한편 지난해 12월 기존주택 판매는 이전 달보다 5.2% 늘어난 586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563만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증시 거래량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모두 14억주 수준이었고, 두 시장에서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을 크게 웃돌았다. 거래량을 기준으로 하락 종목의 비중은 각각 88%, 76%였다.
앞서 장을 마감한 유럽 증시도 런던의 FTSE 100 지수가 3.4%, 파리의 CAC 40 지수는 3.5% 각각 하락하는 등 부진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