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K 수사, 뒤집어보면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 했던가. 노무현 정부의 재벌개혁 속도 논란이 SK그룹의 편법 상속과 부당내부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고강도 수사로 일순간에 잦아들었다.
검찰이 최근 재계의 '얼굴'로 추대된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본가'인 SK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고 그룹오너인 최태원 SK(주) 회장을 소환할 움직임을 보이자 재계가 바짝 긴장했다. "전경련을 해체하라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차기정부 출범을 일주일 앞두고 벌어진 검찰의 수사를 재벌 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노 당선자측도 이를 의식해 SK 수사는 검찰의 자체 판단에 의한 것이며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임채정 인수위원장은 "차기정부의 재벌개혁 정책과 맞지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사실 노 당선자는 경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불도저식 개혁의 부작용을 우려해 재벌 아우르기에도 열심이었다. 재벌개혁의 속도와 폭은 대화를 통해 조절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검찰의 SK 수사 배경을 놓고 새 정부의 재벌개혁 방향을 예단한 '과잉 수사'라느니, 검찰개혁 추진에 반발해 힘을 보이는 '시위성 수사'라느니 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금감위로부터 이미 제재를 당한 SK가 '본보기'식 수사대상이 된데 대해서도 범법 혐의가 구체적이고 4대그룹중 상대적으로 '약체'여서 후유증이 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SK 수사는 배경과 상관없이 한가지 명제를 깨닫게 한다. 감독·수사당국이 개혁을 명분으로 이런저런 권한 강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 주어진 책무만 제대로 해도 시장 투명성을 높일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17명을 출국금지시킬 정도로 범법 혐의가 큰 사안인데도 금감위가 작년말 취한 제재는 과징금 11억여원이 전부였다. 검찰 수사는 참여연대의 고발때문이었다. 공정위는 뒤늦게 부당내부거래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꺼리다. 수사 착수를 보며 감독당국의 직무 유기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폄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