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퇴임 절차를 만들자
출범한지 한달도 채 안된 새 정부에서 떠나는 고위 인사들이 많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개각당시 임기 보장 원칙을 적용받을 것처럼 보였던 이들도 물러나고 있다.
과거 물러나는 이들이 많을 때는 전별(餞別)이라는 말이 쓰였다. 떠나는 이를 위하여 잔치를 베풀어 작별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떠나는 이들은 기쁜 마음의 잔치가 아닌 쓰디쓴 술잔을 털어넣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검찰총장은 퇴임의 변으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공정위원장은 사퇴의 변도 준비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전문성을 지니고 통치철학을 함께할 수 있는 이들에게 장관직을 부여한다. 가히 분신이라고 부를 만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정상적 절차로 자신의 몸을 자르는 경우가 많다. 보좌관이 언론을 통해 사임 압력을 가하기도 하고 대통령이 직접 공개석상에서 불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발탁 경로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관직에 오르려면 해당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관료 출신 장관들의 경우에는 자기 삶의 절반 이상인 25년은 필요하다. 하지만 퇴임 후에는 더 이상 현장에 머무르기는 힘들다. 기업과 정치권 등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지만 고문이나 명예회장 등 상징적인 경우가 많다. 마지막 봉사라는 말이 미사여구만은 아니다.
전별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 적도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전직 대통령들은 물러나는 이들에게 수고했다며 고액의 전별금을 줬다고 한다. 지금 장관들이 돈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전별금은 이제 전별 절차로 바뀌어야 한다. '삼고초려' 라는 발탁 과정의 노력의 반의 반만 들여도 서운함은 사라질 것이다.
'인사는 만사' 라는 말은 이제 고루하다. 발탁 뿐만 아니라 퇴임의 절차도 세울 필요가 있다. 퇴임 후 떳떳이 고향으로 가는 대통령이려면 명예롭게 퇴진하는 장관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