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대주주 각서까지 썼네요"

[현장클릭]"대주주 각서까지 썼네요"

박정룡 기자
2003.04.03 17:09

[현장클릭]"대주주 각서까지 썼네요"

“정말 우리회사의 증자규모가 그렇게나 됩니까, 이번에 발표한 금액만큼 증자가 이루어질까요”

 

3일 오전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카드사별 자본확충금액이 발표된 이후 기자에게는 카드사 관계자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쇄도했습니다. 지난 3.17 대책때 밝혔던 자본확충 금액에 비해 배나 늘어나 내부에 확인을 해 봤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을 알고보면 이해가 됩니다.

 

3.17 대책 때와 달리 금융당국은 이번에는 카드사를 제켜두고 대주주와 직접 담판을 했습니다. 카드사와 증자문제를 협의해 봐야 다시 대주주에게 보고를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죠. 금융당국은 대책발표 몇일전인 지난 31일 재벌계 카드사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은행계 카드사에 대해서는 모은행 담당 임원들을 여의도로 불러들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지난 3. 17때 내 놓았던 자본확충금액의 2배를 대주주들에게 요구하고, 증자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쓰도록 했습니다. 이번 4.3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면서 카드사 대주주에게 확실하게 책임을 지우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겠지요. 금융당국은 대주주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고 카드사 지원책만 발표할 경우 특혜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여론이 악화돼 금융권의 지원도 끌어낼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현재 카드사들이 발행한 채권규모는 무려 90조원에 이르는데 비해 카드사들 납입자본금 규모는 국민 3660억원, 삼성 2287억원, LG 3700억원, 외환 2089억원, 우리 3330억원, 신한 1528억원, 롯데 2968억원, 현대 5160억원 등에 불과해 만약 카드사가 쓰러지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외환위기에 버금갈 만큼 엄청난데도 대주주는 기존의 자본금만 포기하면 되기 때문에 모럴해저드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조치로 보입니다.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겠지만 이번 대책만 놓고 보면 당국의 승리인 것 같습니다. 대주주에게 각서까지 받아가며 3.17때 보다 2조원이상 늘어난 4조6000억원의 자본확충 방안을 끌어냈으니까요.

 

물론 이번 대책을 놓고 관치시비가 일겠지요. 그러나 대주주의 팔을 비틀든, 관치라고 욕을 먹든 카드사가 하루빨리 위기에서 벗어나고 시장이 안정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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