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그레이트 뱅크 외환은행"
"현대로 인해 일어섰다가 현대로 인해 망하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하이닉스의 부실처리 문제로 외환은행이 골치를 썩이던 지난해 한 임원이 토로한 말입니다.
IMF 외환위기를 맞기 전인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삼성과 현대 두 그룹만 살아남을 거라는 전망을 하며 두 재벌의 독점을 우려했을 정도로 현대는 잘 나갔습니다.
그러나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게 세상일이어서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였던 현대는 현대건설,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등이 왕자의 난과 무리한 대북사업 등으로 인해 줄줄이 부실화돼 갔지요.
현대그룹의 주거래은행이던 외환은행 역시 현대 계열사들의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우량은행 대열에서 탈락했고 아직까지도 현대의 망령은 외환은행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도 현대상사 전액 자본잠식, 하이닉스 상계관세 부과 등 외환은행이 긴장해야 할 일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지요. 외환은행이이들 기업 여신에 대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두긴 했지만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지요. 특히 출자전환 주식이 많은 외환은행의 경우 현대계열사들의 주가는 은행의 순익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을 큰폭으로 끌어내리게 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마당에 한때 캐쉬카우 역할을 했던 자회사 외환카드 마저 카드업계의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3일 발표한 정부의 카드사 대책으로 외환은행이 출자해야 할 금액은 2배나 늘어났습니다.
이래저래 돈이 필요한 외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을 통한 증자, 하이브리드채 발행, 외자유치 등을 추진해왔으나 국내외 시장상황은 외환은행 편이 아니었지요.
5000억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과연 될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더 걸려야 될 지는 불확실하지만 부디 이강원 행장의 말처럼 '뉴머니'로 '판돈'을 키워 '그레이트 뱅크'로 외환은행이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과거의 '좋았던 시절' 타령에서 벗어나 새로운 '위대한 시절'을 만들어 외환은행이 자존심을 회복하기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