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死地로 내몰리는 은행장들
정부가 지난 3일 내놓은 3조8000억원의 브릿지론을 통한 카드채 매입에 대해 은행들이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로 카드사 문제가 해결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일부의 시각처럼 '언발에 오줌누기'에 그칠 경우 은행들마저 부실화되는 위험한 대책이 될 거라는 얘깁니다.
게다가 LG 삼성 롯데카드 등 재벌계 카드사와 은행들이 그동안 카드시장에서 진검승부를 벌여온 경쟁관계였기에 재벌사들의 부실을 은행들이 떠안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거지요. 재벌계 카드사의 경우 정유사 홈쇼핑 가전회사 등 그룹 계열사들과 연계해 이득을 보아온만큼 그룹 계열사들이 지원에 나서야 하며 은행의 지원은 사실상 재벌에 대한 특혜성 정책금융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보유 카드채도 없고, 카드 자회사도 없는 모 은행의 경우 재벌 뿐 아니라 경쟁은행 계열 카드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은 시장논리를 파괴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펄쩍 뛰기도 했습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시장논리를 무시한 정책금융으로 은행들이 IMF때 위기를 겪었다"며 "카드사 지원으로 은행이 부실화되고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사태가 재현될까 걱정된다"고 말하더군요. 그는 "정책금융으로 인한 부실로 은행장들과 임원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고 재산이 가압류되는 등 곤욕을 치뤘다"며 "카드사 지원으로 부실이 생기면 그에 대한 책임은 관료들이 질 거냐"고 반문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은행장들은 3조8000억원의 브릿지론에 대해 정부의 보증을 요구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또 금융계 일각에선 카드사 지원 이전에 손해배상 소송에 대비해 재산부터 미리 빼돌려 놓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농담아닌 농담이 나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외국계가 대주주인 일부 은행의 경우 정부 대책에 대해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보다 이사회에서 카드사 지원방안을 거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입니다. 금융당국이 각 은행별 분담금을 봉투에 넣어 전달했다고 해 이른바 '봉투관치'라고 불리는 카드대책을 보며 경영손실이 날 경우 책임은 다 뒤집어 쓰고 소송도 각오해야 하는 은행장들은 지금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기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