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산은총재 어디 한번 해봐요"
정치권에 '노사모'가 있다면 금융권에는 '정사모'가 있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습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입니다. 정총재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그를 비판하는 사람도 많지만 '인기'도 대단합니다. 정 총재에 대한 비판이나 지지는 모두 정 총재 특유의 소신 발언에서 기인합니다.
그런 정 총재가 며칠전 취임 2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들과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경제 현안에 대해 정총재 특유의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더군요.
정 총재는 요즘 금융시장이 다소 호전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은행들이 장단기 외화차입을 성사시키고 있는 것도 SK글로벌사태 이전에 협상(딜)이 진행되던 게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산은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사무라이 본드 등 채권을 새로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정 총재는 현재 국내에서 카드채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오히려 SK글로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고 했습니다. 무디스등 유수의 신용평가기관 뿐 아니라 한신정 한신평 등 국내 신용평가 기관들이 거의 다 A등급을 줬던 SK글로벌의 실체가 결국은 대규모 분식회계로 드러난 만큼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거지요.
때문에 이로 인한 충당금 적립으로 은행들의 수익에도 비상이 걸려 산은도 예외는 아니라고 합니다. 산은은 그동안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해오다 두루넷과 SK글로벌 등 큰 부실여신 두방으로 1분기 실적이 2000억원 넘게 적자가 날 상황에 놓여 있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카드채 문제에 대해 정 총재의 해법은 조금 달랐습니다. 시장원리에 맡기는 게 더 좋지 않았나 하는 겁니다. 실제 카드사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한 부실을 금융권이 함께 떠안는 데 대해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고울 리 없습니다. 현재 3개월 정도 단기적인 처방을 해 놓은 상태인데 15조원 정도 채권을 우선 해결하고 나면 6월 이후 또 그때 가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거지요.
고위 경제관료 퇴임과 맞물려 국책 은행의 대표격인 산업은행 총재가 금융계 인사 태풍의 한가운데 서 있다며 연일 언론이 흔들어대는 데 대해서도 그는 한마디 합니다. 산은 총재를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어디 한번 해보라는 거지요. 얼마나 힘든 자리인가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