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금보장상품"의 허점

[기고]"원금보장상품"의 허점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
2003.04.14 12:17

[기고]"원금보장상품"의 허점

작년이후 주가의 하락과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기대수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주가지수 연동형 원금보장상품이 유행하고 있다. 최근 판매열기가 뜨거운 ELS, ELN, ELD는 전부 원금보장형 주가지수 연동형 상품들이다.

 

원금확보과 주가상승라는 두 마리 새를 한개의 돌로 잡을 수 있으니 정말 매력적이다. 거의 대부분 금융회사들이 저마다 최신 금융공학기법을 내세우며 원금보장에다 고수익을 주는 상품은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선전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매력적인 상품은 없는 듯 보인다.세계적으로 좋다는 제도와 상품이라면 벌써 국내로 가져 들어왔을 것인데 왜 이제야 도입되고 있는지 의문이 강하게 든다.

 

첫째 주가지수 연동형 상품은 결국 미래의 주가지수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투자상품이다. 만약 1년이나 2년후 주가가 하락하는 바람에 투자원금이 돌아올 경우 정기예금 이자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원금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 기회비용만큼 손해 보는 셈이다. 결국 주가지수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원금보장에다 주가지수 수익확보는 첨단 운용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만약 개인투자자가 본인자금의 95%를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나머지 5%를 주식인덱스 펀드에 투자하였다면 훌륭한 주가지수 연동형 상품을 스스로 제조한 셈이 된다.

만약 원금보장에 필요한 손실한도액을 관리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투자자금의 절반 이상을 정기예금에 넣고 나머지를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ETF에 투자하면 된다. 이렇듯 원금을 보장하면서 주가상승을 맛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너무나 많다.

 

셋째 주가지수 연동형 상품은 장기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40대의 투자자가 20년후 은퇴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매달 본인 소득중 100만원을 투자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매달 주식형 상품에 50%, 채권형 상품에 50%를 투자한다는 투자설계가 수립된 경우 이 투자자가 가입할 주식형상품은 원금보장 보다는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저평가된 종목투자를 통해 달성하면 된다.

원금보장을 걸게 되면 주식형펀드의 극히 일부분만 주식에 투자되게 되므로 비효율성이 증가된다. 또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전액 채권으로 전환되는 효과가 발생하므로 연금투자에 큰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주가지수연동형 상품은 장점만 존재하는 상품은 아니다. 그런데 국내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단기적이면서 원금보장을 요구하다보니 이러한 정서에 맞춰 유행하는 것 같다. 시장 전체의 시각으로 보면 특정 상품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가 몰리게 되면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 그만큼 높아진다.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라는 증시대폭락사건은 원금보장형 투자가 너무 유행해 생긴 사건이라는 사실은 좋은 역사의 교훈이다. 현재 미국과 같은 외국에서는 연금투자에서 주식, 채권이라는 전통적인 상품을 사용하지 원금보장형 상품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은퇴설계, 자녀 교육자금 설계를 제대로 수립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자산배분을 정하고 난후 운용전문성이 높은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투자과정일 것이다. 비록 단기적으로 투자위험에 노출되지만 장기적으로 투자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자본시장의 기본 메카니즘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금융회사들이 원금보장형상품을 들고 나오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투자자들이 재무설계를 등한시 하게 되고 만약 나중에 원금만 분배될 경우 생기는 비난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화가 된다는 말은 현재에 가장 어울리는 격언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자본시장과 투자자보호를 위해 금융회사들이 고전적인 주식, 채권상품에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길 기원해 본다. 한개의 돌로 두 마리의 새를 잡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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