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족관절염좌와 전조등 켜기

[현장클릭]족관절염좌와 전조등 켜기

최명용 기자
2003.04.16 17:59

[현장클릭]족관절염좌와 전조등 켜기

최근 교통사고를 낸적이 있습니다. 양쪽에 차들이 늘어서 있는 좁은 골목길에서 삐닥하게 서 있는 차를 피하면서 아슬아슬 운전을 하던터라 옆에서 튀어나온 보행자를 보지 못해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보행자가 제차에 부딪혀 넘어졌고, 발목부분이 조금 까졌습니다. 크게다치진 않은 듯했지만 일단 인근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운전을 시작한지 3년만에 처음으로 낸 사고라 병원으로 이동하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보험사로 전화를 걸어 사고접수하고 엑스레이 결과에 기브스까지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피해자는 족관절염좌(발목이 삐끗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에 가벼운 찰과상 정도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대나 뼈는 상하지 않아 그나마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점심쯤 겨우 출근해 이런 사정을 얘기했더니 ‘액땜했다’는 반응과 ‘온 몸으로까지 취재한다’는 위로섞인 말도 들었습니다.

 

사고를 경험하고 나서 손해보험협회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조등 켜기 운동’이 생각났습니다. 손보협회는 지난해 9월 전국민 전조등켜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주간전조등 점등을 의무화한 외국의 경우 교통사고 평균 감소율이 8.3%에 달했고, 88고속도로의 실험결과도 교통사고를 40%까지 감소했다는 근거를 들어 전조등 켜기 의무화를 입법청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캠페인이 시들해진 것 같습니다. 손보협회가 입법청원후 후속작업에는 손을 놓고 있는 모양입니다. 전조등을 켜고 다니는 차를 좀체 찾아볼수가 없고 전조등 켜기에 동참한다고 선언했던 택시와 버스들도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창밖을 지나는버스들은 한결같이 전조등을 켜지 않았습니다.

 

보험사의 한 간부는 "손보사들이 이미지나 보험료 광고를 할 게 아니라 교통사고 줄이기 공익광고를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합니다. 사고를 방지하면 보험사의 비용지출도 줄이고, 보험료도 낮아져 사회적 비용을 줄일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공익광고가 일반광고보다 광고비가 싸다는 계산적인 생각도 있겠지만 썩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시들해진 전조등켜기캠페인이 꾸준히 이뤄졌다면 저 같은 소시민의 사고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전조등 켜기운동으로 교통사고가줄어든다면 1조25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아낄수 있답니다. 400억원짜리 로또복권이 30번 당첨돼야 하는 금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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