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란봉투 대신 전화로"
"100억원대의 돈이 대형 금융사에는 하찮을지 모르지만 중소형보험사의 경우는 회사의 존폐가 달려있습니다"
최근 정부의 강압으로 카드채를 추가 인수한 보험사들이 카드채 부실을 우려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가 요구한대로 대다수의 보험사들이 여기에 참여했는데 자칫 카드채가 부실화될 경우 회사의 존폐와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카드사들의 유동성 위기 문제가 불거지자 투신권이 보유하고 있는 5조원 가량의 카드채를 금융권에 떠안겨 위기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불과 한달새에 위기 대책이 나오고 입금까지 완료돼 관치금융이 다시 한번 위력을 발휘했다.
카드채 인수와 관련 보험권은 에피소드 많다. 은행권에는 '노란 봉투에 얼마씩 인수해라'는 친절한 정부안이 제시됐지만 보험권은 형식상 자율 합의의 형태를 띠었다. 이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누가 얼마를 인수하느냐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외국계보험사들의 참여거부를 두고 논란이 거듭됐다. 결국 금융당국은 '노란봉투' 대신 '친절한 전화'로 이를 조율했고, 외국계 보험사들마저 브릿지론에 동참했다.
문제는 중소형 보험사들이다. 소형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인 지급여력비율이 100%를 간신히 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회사들은 100억원 대의 부실이 발생하면 회사의 존폐마저 위협받는다.
소형사들은 떠안은 카드채가 부실화된다면 지급여력비율을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되고, 영업과 수지가 악화돼 결국 퇴출되는 악순환을 밟아야 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퇴출이 불가피해지면 금융당국은 시장논리를 들고 나올 게 뻔하다"며 "이럴땐 관치금융이고, 필요할땐 시장논리를 펴니 정부 정책에 불만이 있을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젠 외국계 보험사들도 관치금융에 익숙해졌다. 그룹본사에서 한국정부의 요구에 거슬르면 영업하기 힘들다는 점을 인식해 관치금융에 대한 대책을 제시한다고 한다. '보험사가 망하면 정부가 책임져 주겠냐'는 보험사들의 뼈있는 한마디는 관치금융으로 일관해온 정부가 한번쯤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