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어요"

[현장클릭]"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어요"

서명훈 기자
2003.04.23 12:08

[현장클릭]"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어요"

요즘 노사 갈등으로 금융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국민카드 조봉환 사장은 지난 21일 오후 사내 방송을 통해 담담한 어조로 직원들에게 드리는 당부의 글을 낭독했습니다. 지금은 조직을 재정비하고 연체율 낮추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인 만큼 투쟁보다는 업무에 충실해 달라는 게 요지였습니다.

 

당부의 글에는 지난 50여일간 사장직을 맡아오면서 느낀 고뇌가 곳곳에 묻어 있었습니다. 희망퇴직과 같은 구조조정이 없었다면 채권 만기연장이나 수수료 인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고민과 갈등이 많았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조 사장은 또 "정부의 개입과 국민은행의 도움을 받아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에게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국민카드가 올들어 3월까지만 무려 36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아직 연체율이 안정화되지 않은 점은 차치하더라도 조 사장의 말은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국민카드 직원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습니다.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부 직원들은 일자리를 박차고 거리로 나섰으니 말입니다. 직원들은 열심히 일만 하면 회사가 살아나고 명예퇴직 당할 걱정을 안 해도 되느냐고 반문합니다. 직원 입장에서 본다면 흡수합병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고, 언제 어떻게 회사를 떠나야 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무작정 일만 하라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국민카드 노사와 대주주인 국민은행이 함께 공개적인 자리에서 통합문제를 논의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다면 최소한 지금과 같은 무의미한 소모전만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합병을 해야 한다면 이유를 설명하고, 합병 이후에 인력 구조조정은 어떤 식으로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해 나간다면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 뿐 아니라 가족의 생계가 달린 문제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직원들을 동요시키는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해법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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