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융선진화 요원한가
금융 산업은 21세기 첨단산업으로 이미 자리매김하였다.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금융이 과학기술과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
IMF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금융의 취약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이의 정상화를 위해 156조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지만 아직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금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분식회계의 근절을 위해 제도적 정비를 하였지만 SK 글로벌 사태에서 보듯이 분식회계는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분식회계를 추방하기 위해 외국에서도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회계법인의 정기 교체를 도입한다고 하나 이의 실효성 역시 의문시되고 있다. 유명무실한 감사위원회 또는 회계법인들의 담합 등을 통해 얼마든지 회계법인의 정기 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채부실처리 방안도 외환위기 전과 별로 다른 것이 없다. 지금 까지 감독 당국의 감독 방식은 선단식 감독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다시 말해 감독당국이 모함을 자처하고 모함주위에 있는 여러 형태의 금융회사를 통솔해 왔다. 이 와중에서 카드회사가 부실하면 이의 부실을 은행이 막아주고 은행이 부실하면 다른 금융기관이 메워 주다가 이것마저 여의하지 않으면 공적자금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해결을 시도하였다. 이는 한마디로 부실에 대한 공동책임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은 금융기관 간에 별로 특색이 없다. 예를 들면 증권회사 간에는 규모의 차이라는 양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질적 특색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어느 증권회사를 살펴보아도 똑 같은 상품을 가지고 똑 같은 전략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의 꼬리를 잘라 먹는 식의 경쟁만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구조적으로 증권회사들 간에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선단식 감독의 소산물이다.
은행, 보험 및 증권 간에 높은 벽을 치고 각 영역 속에서 비슷한 수익구조로 도토리 키재기 식의 영업행태를 보이는 것이 한국금융의 현실이다. 금융기관 간에 경쟁을 유발시켜 금융기관 간에 질적인 차이가 존재하여야 금융기관 전체가 부실해 지는 시장시스템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제조업이 강한 일본은 금융에 실패하였기 때문에 지금 잃어버린 10년을 한탄하고 있다. 비슷한 경제구조를 가진 독일이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이는 제조업과 금융의 조화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 발전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 주는 한 예이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민주주의가 창달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제조업과 금융 간에도 존재하고 있다. 제조업 일방주의는 생산설비의 과잉을 가져오고 지나친 금융 우선주의는 머니 게임을 통한 투기바람을 초래한다. 제조업과 금융 간에 견제와 균형을 통해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 갈 때 경제는 욱일승천의 기세로 뻗어갈 수 있다.
시장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또는 시스템 리스크가 만연하니까 등의 이유로 정부 개입의 빈도가 잦아지면 시장은 자생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감독당국은 평소에 시장을 복원하지도 않았고 또 시스템 리스크의 발생이 농후한 금융 환경을 정비하지도 않고 있었다. 그러나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감독당국의 시장개입이 정당시 되는 한 우리는 영원한 금융 후진국으로 머물 수밖에 없고 또 금융 위기라는 불안감이 항상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