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우리에겐 힘이 없어요"

[현장클릭]"우리에겐 힘이 없어요"

김성희 기자
2003.04.24 18:17

[현장클릭]"우리에겐 힘이 없어요"

생보업계와 손보업계가 생보사의 실손보상 허용에 대해 최종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8일. 보험사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해봤습니다. 생보사 관계자들은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하고 손보사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한숨을 짓더군요.

한 생보사 상품개발 담당자는 "사실 실손보상은 별로 메리트가 없다. 오히려 정액보상을 원하는 고객이 많다. 대신 손보사들은 숙원이던 보험기간 15년이 폐지되지 않느냐. 손보사들이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한 손보사 관계자는 다른 얘기를 하더군요. "우리는 끝까지 생보사의 실손보상 허용을 반대했다. 차라리 보험기간이 계속 15년으로 묶이더라도 실손보상만은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힘이 없었다"구요.

지난해부터 실손보상을 놓고 양업계는 팽팽하게 맞서 왔습니다. 분위기가 생보쪽에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한 손보노조는 국회 재경위 소속 국회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탄원했고,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면담하기도 했습니다.

그후 열린 국회 재경위 주최의 업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생·손보업계는 실손보상을 놓고 또 한바탕 설전을 벌였지요. 이때 만난 한 손보사 임원은 손보와 생보 규모가 28 대 72인 점을 강조하면서 "큰형이 막내동생의 밥그릇을 뺏는 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양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업법 개정안을 만든 재경부가 합의를 권고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밥그릇'이 걸린 문제다 보니 합의가 쉽지 않았지요.

이때 기자는 손보업계 인사에게 슬쩍 물어봤습니다. 실손보상이 생보로 넘어가는 분위기인데 어떻게 할 것이냐구요. 그 인사는 "우리도 안다. 답답하다"며 "이 모든 게 생보에 비해 힘이 없는 손보업계의 비애가 아니겠느냐"고 하더군요.

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며칠 앞두고 만난 손보업계의 한 CEO는 울며 겨자먹기로 실손보상을 양보했다고 했습니다. 손보업계가 아무리 반대해도 생보사의 실손보상 허용은 관철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는 거죠. 그래서 그럼 보험기간 제한이라도 폐지시키자고 의견이 모아졌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중소형사가 문제"라고 하더군요. 조직력에서 앞서는 생보사들이 실손보상이라는 날개까지 달았으니 손보사들은 밀릴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특히 지급여력비율을 맞추기도 힘든 중소형사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겁니다.

생보업계와 손보업계가 다같이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하고 묻는다면 너무 순진한 얘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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