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소 서점이 살 길

나는 책을 좋아한다. 내가 전문으로 하는 비즈니스 서적은 물론 비소설류의 다양한 책과 잡지를 많이 읽는 편이다.
틈틈이 대형서점에 들르고, 또 인터넷 서점도 많이 돌아보는 편이다. 그러나 중소 서점은 별로 다니지 않았다. 책의 구색이 다양하지 않고 너무 인기 위주의 뻔한 책만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 전부터는 내가 사는 목동의 한 중소 서점에 거의 매주 한번씩 들르곤 한다.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딸과 함께 가기도 편하다. 이 서점은 아파트 단지내의 상가 지하를 전부 터서 서점으로 쓰고 있다.
아파트 단지내의 상가는 주로 빵집, 야채 가게, 부동산 소개소 등 조그만 가게들이 다닥다닥 많고, 관리도 소홀해 지저분한 경우가 많다. 1층이 아니라 지하층의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그런데 이런 열악한 지하1층 공간을 전부 터서 서점으로 만든 것이다. 아마도 이 책방 주인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이 사업을 시작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서점은 지금 잘 운영되고 있다.
우선 타겟 고객을 잘 설정했다. 아파트 단지인 만큼, 초등학생,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참고서, 소설, 어린이용 책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그리고 주부들이 좋아할 만한 책도 많다. 그리고 각 분야별로 잘 팔리는 책들을 눈에 띄는 곳에 비치했다.
비즈니스 서적은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하고 있지는 않지만 베스트셀러 10권과 주요 신간을 잘 선정하여 책 앞면이 보이도록 비치해 놓는다. 또 아파트단지내에 서점을 만들면 매장 공간을 협소하게 하기 쉬운데, 그래도 공간을 어느 정도 크게 하여 쾌적한 장소로 만든 것도 한 이유다.
나는 대형서점을 가더라도 대형서점 한군데만을 가지 않는다. 대형서점 한군데만 다니면 어떤 책이 어디에 있는지 익숙하긴 하지만 다양한 책을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서점을 다니면 각 서점마다 책의 배치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새로운 책을 발견할 가능성이 훨씬 많다. 실제로 다른 서점에 들렀다가 내가 찾던 분야의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기뻐한 적도 많다.
'유브갓메일'이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영화에 대해 단순히 인터넷을 통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로 기억하기 쉽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사실 아동전문 서점과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간의 비즈니스 전쟁이 주요 내용이다. 전통 가업으로 오랫동안 운영해 오던 아동전문 중소 서점이 결국 새로 생긴 대형 서점에 밀린다. 대형 서점이 다양한 서적과 쾌적한 공간, 검색 기능이 좋은 단말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책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중소 서점의 여주인공이 대형서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책을 찾아 주는 장면이 나온다. 국내 교보문고도 북컨설턴트 제도를 도입하여 고객이 원하는 책을 즉각 찾아주는 서비스를 도입하여 인기를 얻고 있다. 따라서 국내 중소서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파월스라는 책방은 인기가 좋다. 책 한 종류에 다섯가지 가격대의 책들이 있어 고객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소장용으로 저자의 사인이 들어 있는 새 책은 가장 비싸다. 표지가 두꺼운 하드바운드 책은 그 다음으로 비싸고, 표지가 얇은 책은 더 싸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싼 책이 있다. 바로 중고책이다.
약간 헤진 책은 새 책보다는 약간 싸고, 많이 헤진 책은 더욱 싸다. 이렇게 하나의 책에 선택권이 이렇게 다양하니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끌지 않을 수 없다. 파월스의 인터넷 서점은 좋은 서평 하나를 매일 아침 이메일로 발송해주어 고객의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최근 중소서점이 대형 서점에 밀리는 형국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중고서적과 신간서적의 절묘한 조화를 한번 시도해보면 어떨까? 책이 좋아 국내외의 많은 서점을 돌아다본 필자의 강력한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