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도 사스" 백태

[기자수첩] "나도 사스" 백태

차가진 기자
2003.05.02 12:49

[기자수첩] "나도 사스" 백태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를 막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동안 증시에서는 사스를 확산(?)시키려는 애처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스가 전세계로 본격 확산된 지난달 이후 머니투데이 편집국에는 "A사 매출이 사스로 인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데요", " B사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게 사실인가요"라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사스가 확산되면서, 이른바 '사스 수혜주'가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아무리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아도 제약업종 주가는 지난 3월3일 872.42에서 지난달 24일 1083.29로 24.17%가 올랐다.

종합주가지수가 같은기간 제자리걸음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기세다. 제약주의 뒤를 이어 김치 관련주, 공기청정기 관련주, 심지어 '외출기피 관련주'라는 기발한 테마까지 선보이고 있다.

사스 관련주에 끼어들고자 하는 '수혜 제조'에는 개인투자자들 뿐 아니라 기업들까지 스스로 나서고 있다. 한 회사는 최근 사스의 원인균으로 추정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유산균 제품을 출시한다는 보도자료를 돌렸다. 다른 회사는 판매 중인 제품이 사스에 우수한 작용을 나타내고 있다고 아예 공시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가 사스 수혜주로 거론된 종목들만 세어보니 70개가 넘었다. 하지만 '사스 수혜'의 논리는 대부분 실소를 자아낼 정도로 근거가 희박하다. '사스에 효과가 있는 마늘 추출물로 제조된 0000가 사스에 효과가 있어서 매출이 늘고 있다', '이 제품은 치료나 예방약이 아닌 종합비타민제일뿐이다', 'A업체의 소독제가 사스를 비롯한 세균과 병원균의 소독에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A사가 만드는 생석회가 소독효과가 있어 축산농가에서 사용하고 있을뿐 사람과는 아무관계가 없다' 등등.

급조된 '수혜주'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급등할 수는 있지만 곧바로 거품이 꺼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사스 감염시 치사율이 10%에 달하는 것처럼 사스 수혜주의 논리에 뒤늦게 감염된 투자자들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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