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기불씨 왜 안잡히나

[기자수첩]투기불씨 왜 안잡히나

이경호 기자
2003.05.09 12:19

[기자수첩]투기불씨 왜 안잡히나

"그렇다고 시장에 앞서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뒷북만 친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건설교통부 고위 관계자가 되풀이하는 말이다. 더 나아가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데 부동산 경기마저 죽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또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는 것은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한다. 오히려 좋은 대책 있으면 내놓아 보라는 식의 항변까지 한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실효가 없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수도권 재건축과 행정수도 이전지인 충청권 등에 대한 투기억제책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변 지역의 아파트 분양권과 재건축 예정단지 아파트 값이 급등하자 땜질식 처방으론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도권 신도시 발표와 관련해 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된 곳에선 매물을 찾아볼 수 없고, 가격은 상승 추세다. 이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주변지역의 난개발을 원천 봉쇄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투기불씨는 여전한 상태다. 분양권은 산 뒤 1년 지나서 팔면 되고, 양도소득세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내도 이익만 남으면 관계없다는 것이 투기 경험자들의 귀띔이다. 현재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투기대책으론 투기세력을 원천봉쇄할 수 없다는 지적에 다름아니다.

투기로 인한 이익을 모두 환수하고, 세수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세금추징 방안 역시 실거래가 신고가 정착되지 않은 시장 상황에선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고 투기지구, 투기과열지구 등 구멍난 대책만 또 내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분양권 거래 완전 금지나 아파트 분양가 규제 등 강력한 옛 수요 억제책이라도 다시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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