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다시 뛰는 상사맨

[CEO칼럼] 다시 뛰는 상사맨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2003.06.20 12:26

[CEO칼럼] 다시 뛰는 상사맨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가 전 세계를 아우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일년이 지났다. 동북아의 작은 나라쯤으로 여기던 우리나라가 낯선 이방인들에게서 조차 '대~한민국'의 함성을 뿜어내게 만들었던 2002년의 6월의 힘은 비단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 뒤에는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가 있었고, ’코리안' 이라는 맨 파워가 있었다.

 

부존자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한국의 비약적인 발전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이제는 동북아 경제의 허브국가를 목표로 맹주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것의 핵심이 결국은 사람에게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잘 교육된 인적자원의 보고이다. 우리의 많은 인재들로 인해 한국은 1970~80년대에는 중화학공업의 메카로서,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는 첨단 산업으로 각광받는 IT 강국으로서 그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필자가 종합상사에 몸담은 지 어느덧 서른 해가 되어간다.전 세계를 무대로 회사의 브랜드를 걸고, 한국을 대표하여 '세일즈'할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상사맨은 충분히 선망 받는 직종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신라시대의 해상왕 장보고를 상사맨의 원형으로 삼는다. 1200년 전 해상 실크로드를 개척해 일본, 중국을 넘어 페르시아, 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를 섭렵한 그의 코스모폴리턴적인 삶과 업적 때문이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데는 동북아에 흩어져 있던 신라인들을 조직화 해 네트워크화 할 줄 알았던 기지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발굴해 내는 국제통상 지식과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합상사의 경쟁력은 막강한 정보력과 인재 그리고 탄탄한 국내외 네트워크에 있다. 정보력이 다소 추상적이라면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켜 주는 것이 바로 네크워크이며 이러한 네트워크의 핵심은 다름 아닌 해외주재원이다.해외주재원은 근사하게 포장된 고급 의상이 결코 아니다. 한 회사를 대표하는, 회사의 브랜드를 걸고 뛰어야 하는 그야말로 '민간경제의 외교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갖추어야 할 요건도 많고, 지켜야 할 책임과 권한도 무겁다.

 

해외주재원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지름길은 현지화에 있다. 필자 역시 시드니와 콸라룸푸르에서 해외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근본적으로 판이한 동서양의 문화차이를 피부로 느꼈다. 특히 영업의 핵심인 바이어를 만날 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저마다 독특한 성격의 상거래 문화와 관습을 지니고 있어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들의 속내를 파악하고, 끊임없이 설득하고, 쌍방의 합의점을 도출해 내는 일련의 상담은 그야말로 육상경기의 '철인 3종 경기'를 연상케 했다. 그래도 우리의 주재원들이 지치지 않고, 자신의 본분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전문 상사맨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세계지도 저 어디쯤에 나만의 성곽을 쌓아 간다는 다부진 꿈이 있기 때문이다.

 

항간에서는 한국 수출의 활로이자 파이오니아였던 ‘종합상사’에 기우의 목소리가 높다. 기업회계기준이 변경되고, 거래처들의 직거래가 늘고, 사실 상 예전만 못하다는 쓴 소리가 많다. 그러나 아무나 수행해 낼 수 없는 종합상사만의 고유한 역할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런 역할에 부합되는 인재양성은 하루가 시급하다.

 

'꿈★은 이루어진다'로 일관되었던 월드컵의 모토를 떠올려 본다. 변화는 나 자신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민간경제의 외교관으로 성장할 꿈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종합상사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미래의 발전소임에 틀림없다.

 다시 뛰는 상사맨, 상사 무역의 새로운 미래를 걸머질 다부진 청년일꾼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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