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현장클릭]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김진형 기자
2003.06.27 15:26

[현장클릭]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25일 중동 최대 은행 중 하나인 아랍은행이 서울지점을 페쇄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SK글로벌 문제가 지점폐쇄 이유의 하나라고 하더군요.

또 아랍프랑스연합은행(UBAF)도 같은 이유로 지점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SK글로벌과 같은 '일종의 사기 같은 일이 일어나는 국가'에서 계속 영업을 해야 하는지 재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내 언론들은 FT의 이 보도를 26일 인용 보도했습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을 사기 같은 금융거래가 일어나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한국 경제의 위기를 알리는 일종의 신호라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리 언론의 보도는 한번 생각해 볼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자주 그들 나라 기업의 입장에서 기사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하이닉스반도체 매각협상 때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홍보논리와 맞아 떨어지던 외신들의 보도(의도하지 않았더라도)를 기억하실 겁니다. 이번 FT의 보도도 이 같은 맥락과 맞닿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들 외국계 은행들은 현재 국내 채권단의 채무재조정안에 반대하고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은 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채권단과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한국 경제의 위기' 징후를 경고하고 있는 국내 언론들이 FT의 기사를 너무 성급하게 추종보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면에서는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고 싶어하는 우리 언론들의 의도적인 보도라는 느낌도 가집니다. 어제 오늘 나온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언론의 `일그러진 자화상'의 하나겠지요.

만약 아랍은행이 SK글로벌의 부실 때문에 한국 지점을 폐쇄하겠다면 그건 제게 '엄살'로 들립니다. 국내에서 4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아랍은행이 SK글로벌에 대출한 금액은 900만달러 정도, 우리 돈으로 112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UBAF 은행의 대출금은 245억원 정도이지만 이 마저도 SK글로벌에 대한 채권단공동관리가 가시화되자 해외지점으로 채권을 빼돌려 버린 상태입니다.

이들 은행이 국내 금융거래의 사기성 때문에 더이상 영업을 못하겠다고 한다면 자신들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의 반성도 병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국내 금융기관 중 제일은행은 SK글로벌에 한푼도 대출하지 않았고 대한투자신탁은 사건이 터지기 전 위험을 직감하고 대출을 대부분 회수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싶습니다.

얼마전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기자들과 만나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 재벌들의 불투명성을 지적한 기사에 대해 비판하던 것이 기억납니다. "한국 재벌의 병폐는 고쳐야 하지만 SK글로벌 하나를 놓고 전체가 똑같은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미국에는 엔론이나 월드컴 등의 분식회계 사건이 있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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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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