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기형아 대금업시장

[현장클릭]기형아 대금업시장

서명훈 기자
2003.07.04 14:15

[현장클릭]기형아 대금업시장

어제 금융감독원의 국내 대금업체들의 영업현황을 분석한 자료가 발표됐습니다. 짐작했던 것처럼 외국계 대금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잔액기준)이 40%를 넘어섰고, 이용자 수 기준으로는 80%에 육박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사가 보도되자 연이어 각기 다른 세 곳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가장 먼저 벨이 울린 곳은 한 토종 대금업체였습니다.

"결국 국내 업체들은 자금 차입이 안돼 영업도 제대로 못하고 있고 그 사이에 외국계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맘껏 넓혀 가고 있습니다. 결국은 이런 것도 국부 유출 아닙니까"

최근 대금업체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라 목소리에 불만이 잔뜩 묻어났습니다. 특히 감독당국이 금융기관에게 대금업체에 대한 대출을 줄일 것을 권고한 이후 상황이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져 감독당국에 대한 불만까지 더해져 있었습니다.

그 다음 전화는 한 외국계 대금업체였습니다. 이번엔 역차별을 호소하는 목소리였습니다.

"비록 자본금의 출처가 해외라고는 하지만 이익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것도 아닌데 왜 색안경을 쓰고 있는 지 모르겠다.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고, 세금도 꼬박꼬박 잘 내고...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두 람의 얘기 모두 어느 한 쪽이 옳다고 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국부유출이라는 논리는 이미 국가간 자금흐름이 사실상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져 보입니다. 어떤 때는 외국인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하고 어떨 때는 국부유출이라고 해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이런 주장이 계속되는 이유는 어쩌면 인위적으로 자금조달이 막혀 있다 보니 장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자금력이 풍부한 외국계 업체에 대한 부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고 있는 셈이지요.

마지막 전화는 대금업 진출을 준비하다 우여곡절 끝에 포기했던 한 금융기관에서였습니다.

"국내 대금업 시장은 결국 수요는 그대로 있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대금업체에 대한 차입을 사실상 금지한 상황에서는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외국계 금융기관이 시장을 독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불만들은 결국 국내 대금업 시장이 기형적인 모습으로 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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