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술로 세월 보냅니다"
IMF 외환위기때 보다 더 어렵다는 요즘 조흥은행 주변 술집은 불황을 모릅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총파업 이후 은행 매각에 따른 좌절감과 허탈감으로 조흥은행 직원들이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7월 9일은 `대목중의 대목'이었다고 합니다.
7월 9일은 예금보험공사가 신한지주와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날이고 또 은행장이 물러난 날이라서 많은 조흥맨들이 '조흥은행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울적함을 술로 달랬다는 겁니다. 그리고 총파업이 끝난지 한달이 다 되가지만 노조 부위원장의 부인상까지 겹치면서조흥맨들은 좀처럼 일손이 잡히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조흥은행의 상반기 실적, 하반기 경영계획 등에 대해 물을라치면 "신한지주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모르겠다"는 답변만 되돌아오곤 하지요. "말은 3년간 독자경영이지만 모든 것을 신한지주와의 협의해야 되니까 그쪽에 물어보라"는 뉘앙스입니다. 심지어 신한은행 직원들이 최근 정기 상여금을 300% 받은 것에 대해서도 조흥은행 일부 직원들은 "우리가 피뽑던 날(총파업을 사과하는 의미에서 했던 헌혈행사) 그들은 보너스를 받았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조흥은행 직원들의 '신한'에 대한 냉소와 섭섭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다가도 불쑥불쑥 울화가 치밀어 잠을 못 이룬다고 토로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한 직원은 "은행장에게 미지급 임금문제로 2번 사표를 쓰게 했던 야박함 때문에 적대감이 심해졌다"고 말을 하더군요.
노조 부위원장 부인상의 조문금이 1억2000만원에 이르렀을 정도로 동료애가 강하고 결집력이 높은 조흥은행 직원들이었기에 집단적으로 흥을 잃고 상실감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엘리트 직원들이 은행을 그만두는 등 인재유출의 조짐도 보입니다.
떠나기로 결심했다는 한 직원은 "다른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이라도 '조흥은행은 내 은행'이라고 생각하며 다녔으나 이제 신한보다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곳으로 가겠다"고 하더군요. 남아있는 직원들도 '신한은행에 흡수 합병되는 3년뒤에 뭘해 먹고 살까' 가 주된 화제입니다.
아무래도 조흥은행 직원들을 달래주고 위로해 줄 사람은 좋든 싫든 한식구가 될 신한맨들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큰 형님 같은 아량과 포용을 보여야 할 곳은 100년은행 조흥이 아니라 20년은행 신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