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회장 영정앞에 흘린 두 눈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영정앞에서 현대는 두차례의 큰 눈물을 흘렸다.
하나는 정 회장의 큰 딸 지이씨가 아버지의 급서소식을 듣고 자식으로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빈소에 들어오며 쏟아낸 눈물이다. 또하나는 금강산관광사업의 '동지'인 김윤규 사장이 흘린 눈물이다.
같은 눈물이었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지이씨와 김 사장이 가슴깊이 담고 있다 참지 못해 쏟아낸 눈물은 어떻게 달랐을까.
평소 정회장은 가족들에게 시간을 자주 내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최측근인 김윤규 사장에게 “가족들에게 시간을 많이 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늘상 말해왔다. 특히 대북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업무가 많아지자 이런 안타까움은 더 커졌다고 한다.
지이씨의 눈물에는 부친을 북망산에 어이없이 보낸 딸의 슬픔과 회한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슬픔에 빠진 현대가(家)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반면에 김윤규 사장의 눈물은 의미가 달라 보였다.그의 눈물은 차마 흘릴 수 없는 눈물이었다.
정회장은 대북사업의 유일한 동지이자 조언자였던 그에게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란다"는 부탁을 남기고 떠났다.
고인의 한을 풀어주는 것은 '살아남은' 동지인 김윤규의 몫이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을 계속 연기하고 있는데다 비자금, 북한송금 문제 등 풀어야할 문제도 첩첩산중이다. 대북사업으로 만신창이가 된 현대아산에 대한 지원이 최대관건이지만 정·재계는 애써 외면하고 현대가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결국 이같은 현실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김사장은 슬픔을 참아야 했고 고인 눈물을 끝내 뿌릴 수 없었을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윤규사장은 정 회장의 빈소에서 "대북사업은 우리힘으로 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대북사업은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여론이 크다. 정치권과 정부가 이번 만큼은 팔장을 풀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
8일 먼길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이 하루라도 빨리 슬픔을 딛을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