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한은의 이상한 통계

[현장클릭]한은의 이상한 통계

채원배 기자
2003.08.12 14:19

[현장클릭]한은의 이상한 통계

"한국은행의 지방금융 활성화대책 추진 등으로 지방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지역별 금융기관 대출 동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입니다.

한은은 이 자료에서 지방 대출이 작년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서울지역에 비해 높은 증가세를 보임으로써 금융기관 대출의 서울 집중도가 꾸준히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지방중소기업 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은의 논리대로라면 경기침체에도 불구, 지방금융이 활성화되고 있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신용도 위주로 대출을 하면서 지방 중소기업들이 돈을 못 빌려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는데, 한은의 통계 결과는 그것과는 반대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그 이유는 한은이 경기지역(인천포함)을 지방으로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이 인천, 경기를 흔히 수도권으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한은은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모두 지방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한은의 주장에 대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동의할까요?

'지역별 대출 동향'이라는 한은의 통계자료는 연간 두차례 나옵니다. 한은은 지난 4월 '2002년 지역별 대출 동향'이라는 자료를 낼 때도 경기를 지방으로 분류했습니다. 당시 일부 기자들이 문제 제기를 했지만 이번에 나온 자료도 역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기를 수도권으로 분류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통계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눌 때 올 상반기 수도권 지역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은 63%에 달합니다. 이는 전국 인구중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 46.7%보다 크게 높은 것입니다. 여전히 금융기관 대출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한은의 분석대로 서울지역의 대출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서울지역에서의 경쟁이 포화상태에 달한 것으로 보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신도시 등 경기지역 위주로 점포를 신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은은 올 상반기 서울지역 대출 증가율은 6.8% 증가에 그친 반면 영남은 8.6%, 충청은 8.9% 증가하는 등 한은의 지방금융 활성화 대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도 곰곰히 들여다보면 뭔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기자는 통계 전문가가 아니라서 통계학적으로 이를 분석할 수는 없지만 '증가율을 단순 비교한 것과 인구수를 무시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자가 개별적으로 통계청의 2002년 추계인구를 토대로 '올 상반기 지역별 1인당 대출 증가액'을 계산해 본 결과 서울지역은 1인당 171만9357원, 경기는 112만9718원,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지방은 82만1838원으로 나왔습니다. 서울과 경기지역의 1인당 대출 증가액이 지방보다 월등히 많은 것입니다.

한은 경제통계국은 통계에 있어 한국에서 최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는 무의미할 것입니다.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질까봐 걱정됩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