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홍보팀장이 싫어하는 기자

[현장클릭]홍보팀장이 싫어하는 기자

서명훈 기자
2003.08.29 13:25

[현장클릭]홍보팀장이 싫어하는 기자

"내가 가장 싫어하는 기자가 어떤 기자인 줄 아슈?"

 

얼마 전에 만난 한 홍보팀장이 느닷없이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지더군요. 경험상 이런 질문은 듣는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마련이어서 순간 당황스럽더군요. 당연히 머리는 '내가 뭐 잘못한 게 있었지'를 연신 물으며 답을 찾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답은 좀 의외였습니다. 그 팀장은 '공시 보는 기자'가 가장 싫다고 했습니다. 이유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습니다. 평소에 실적이나 중요한 사안에 대해 물어보면 정말 자기도 모르기 때문에 대답을 못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공시에 나온 내용을 갖고 물어보면 참으로 난감하다는 겁니다.

 

요즘 대부분 기업들은 실적이나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비록 같은 회사 직원이라도 말을 안해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동료에 대한 배신감이 들기도 하고, 자신을 마치 내부 스파이쯤으로 여기는 거 같아 일할 맛이 안난다고 하더군요.

 

평소 때는 그냥 넘기더라도 공시에 나와 있는 걸 기자가 물어보는데 모른다고 했다가는 체면이 말이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담당자가 얘기를 안 해 주는데 알아낼 재간은 없고 더 난처하기 일쑤라고 합니다. 때론 회사를 더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공시 보는 기자가 제일 싫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공시에 다 나올 내용을 왜 평소에는 말을 해 줄 수가 없는 걸까요? 보고서를 작성할 때만 집계하는 것도 아니고 미리미리 알려주는 게 투자자를 위해서도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 상반기 카드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은 이후 한 가지 변화된 모습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알려달라고 해도 묵묵부답이다가 이제는 자신들이 스스로 나서서 기업 현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설명회를 갖는다는 점이죠. 이처럼 감추는 것보다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편이 기업에 더 유리한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한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어려운 분기보고서 같은 내용은 쉽게 풀어 쓸 수 없을까 하는 점입니다. 양만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데다 생소한 회계용어와 나열된 숫자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 공시도 암호문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말 그대로 공시(公示)가 공시(空示)가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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