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긴박했던 10시"
예견된 장세였다. 발빠른 '선수'들은 인텔 실적 발표는 매도 기회이고 반등 장세는 16일 나올 수 있음을 가정하고 매매에 나섰다. 지난 통계상 인텔 실적 발표 후 6회 중 5회는 하락했던 터, 확률에 베팅을 거는 것이 이성적이었다. 뉴욕 증시도 인텔의 호전된 분기실적에도 불구 하락, 저가 매수의 기회를 주었다.
오전 10시를 조금 지나 외국인들이 선물 시장에서 먼저 입질을 하자 반등의 물꼬가 트였다. 대만 반도체주의 상승과 함께 골드만삭스 증권 창구를 통해 삼성전자에 2000~4000주씩의 매수 주문이 대량 체결됐다. 삼성전자의 낙폭이 급히 줄고 선물 가격의 기울기는 우상향으로 돌아섰다. 마침 타이페이 증시는 상승 조짐을 보이고 도쿄 증시는 1만830을 지지선으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 시간을 전후해 환율은 1180원까지 급등, 변수가 됐다. 자칫 환차손이 우려돼 매수가 꺼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도쿄 외환 트레이딩 룸에서 국내 외국계 증권사 쪽으로 급한 타전이 들어왔다. "go won". 추세는 '달러 약세, 원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라는 급전(急傳)이었다.
매수를 늦출 이유가 없었다. 환율이 '꼭지'라면 환차익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후 흐름은 '외인의 폭발적 선물 순매수→시장 베이시스 큰 폭 확대→프로그램 매수 급증→코스피200 현물 지수 급등→선물 가격 상승'의 전형적인 '웩더독'이다.
상한선 없는 해운업종?
16일 종합주가지수와 선물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종합주가지수는 12.74포인트(1.67%) 급등한 776.97을 기록, 전고점(775.88)을 넘었다. 선물지수는 2.10포인트(2.11%) 급등한 101.40을 기록, 전고점(100.50)을 뛰어 넘었다. 전고점 돌파 시도 세번째 만에 성공한 것이다.
운수창고 업종은 8.22% 폭등했다. 한진해운(9.51%), 세양선박(상한가), 대한해운(상한가), 현대상선(상한가), 흥아해운(11.99%). 경기 회복의 바로미터인 해운주의 폭등은 '차이나 모멘텀'이다. 대만의 에버그린마린 등 아시아 주요 해운주는 중국 경제 성장과 세계 경기 회복의 최대 수혜주다. 수출이 증가하면 물동량이 늘어난다.
한진해운, 흥아해운, 대한해운은 신고가다. 신고가 종목은 적정가격을 부르기가 어려워 상한선을 잡기 애매한 기업이 된다. 그러나 운수창고 업종 지수의 5일선-20일선-60일선-120일선 등은 등간격 배치됐다. 이평선 등간격은 보통 '조정 신호'로 알려져 있다. 추격 매수에 부담이 따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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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거래소와 디커플링
코스닥지수는 이날 0.03포인트(0.06%) 오른 48.17에 불과했다. 코스닥지수는 12.52% 추가로 올라야 전고점(54.20)이다. 코스닥지수의 부진은 여러 이유가 제기될 수 있다. 우선 개인의 참여 부진. 개인은 10월 들어 11거래일 중 2거래일을 제외하고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거래소만큼 주체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박석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거래소보다 낙폭이 컸으나 떨어질 때 많이 떨어지면 올라갈 때 탄력이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다"며 "프로그램 매수 영향을 못받고 있는 점, 거래소는 시가총액 관련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지만 코스닥은 주도주가 없는 점, 인터넷주의 탄력이 약화된 점 등이 단기적으로 부담"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지수의 상승 추세 복귀 관건은 일단 60일선(48.36)을 넘느냐 여부다. 이 선은 지난 달 22일 '환율 및 유가 쇼크'로 갭 하락했던 지점이다.
거래소, 은행 업종은 조정 장세
이날 거래소 은행 업종은 단기 상승에 대한 피로감 누적과 부동산 시장 위축 여파로 조정을 맞았다. 국민은행(3.21%)과 신한지주(4.80%)의 낙폭이 컸다.업종 지수는 1.29% 하락했다. 추가로 4.15% 하락하면 20일선에 근접하고 이후 방향성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외국인들이 국민은행과 신한지주 등을 대거 매도한 것은 금융당국이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강남지역 주택에 대한 담보인정비율을 낮추는 등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힌 것이 우려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로그램 수급 악화
프로그램 매수와 외인 매수세가 더해진 날에 주가 상승폭이 컸다. 이날도 프로그램은 2949억원 매수 우위였다. 외인의 공격적 선물 순매수로 선물 가격이 현물(코스피200지수) 가격의 상승폭을 크게 앞서자 시장 베이시스는 0.84포인트로 확대됐다. 베이시스 확대로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사려는 매수차익거래잔고가 큰 폭 유입, 현물 지수를 끌어올렸다. 이들이 내다 판 선물은 외국인들이 8548계약 순매수하며 받아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매수차익거래잔고가 1조1000억원을 넘게 됐다"며 "매수차익거래잔고의 평균치는 1조1000억원 수준이어서 앞으로 수급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