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단식하는 사람 또 있어요"

[현장클릭]"단식하는 사람 또 있어요"

강기택 기자
2003.11.27 17:20

[현장클릭]"단식하는 사람 또 있어요"

'단식으로 나라를 구하겠습니다'. 특검거부 철회를 요구하며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며 내건 구호입니다. '눈에는 눈, 단식에는 단식'. 최대표의 단식에 맞짱을 뜨고 있는 열린 우리당 김영대 노동위원장의 각오입니다.

어쩌다 정치권은 밥굶는 게 유행처럼 돼 버렸습니다. 강력한 의사표현의 한 방식으로 단식을 선택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요. 얼마나 절실했겠습니까. 구국의 신념으로 내건 기치와 그에 대한 항의 표시로 내건 말들의 단호함이.

이들이 이틀째 단식에 들어갔을 때 이미 단식 여드레째를 맞는 이가 있습니다.외환은행김지성 노조위원장입니다. 정치인들의 단식과 달리 론스타로 은행이 팔린 뒤 직원들의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생존권 차원의 단식이지요.

그는 외환은행 로비에서 천막을 치며 혼자서 농성을 해 오고 있습니다. 물론 그가 아주 혼자인 것은 아닙니다. 매일 50여명의 직원들이 서로 번갈아가며 지지의 표시로 점심때마다 끼니를 거른 채 같이 단식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조의 활동에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외환은행 직원들의 호응도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노조 게시판에 1000여건의 격려메시지가 쇄도하고 있으며 26일 밤 11시까지 3003명의 직원들이 생존권 사수를 위한 노조의 서명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엘리트 의식이 유별나다는 외환은행 직원들이 1987년의 명동시위 때마냥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이거나 은행 유니폼을 입은 채로 투쟁구호를 외치고 투쟁가요를 불러야할 만큼 론스타로의 대주주 변경, 외환카드와의 합병 등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로 은행 내부가 흉흉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론스타나 은행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것이 카드사 합병 반대, 카드사 관련 은행 경영진 사퇴, 고용안정 보장 등 들어주기 어렵거나 다소 추상적인 내용들이기 때문입니다.

론스타나 은행 경영진의 이같은 무반응에도 불구하고 김위원장의 단식은 계속될 모양이고 '50% 참여 50% 쟁취, 100% 참여, 100% 쟁취'라는 노조의 구호에 직원들은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말로 답하고 있습니다.

여느 외환은행 직원들의 바램처럼 그가 몸 상하지 않고 단식을 끝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역시 노조위원장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가장이고 부모이며 자식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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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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