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도자기 외길 60년 "세계 톱5"
세계 `톱 5'의 도자기업체에 오른 한국도자기가 지난 4일 창사 60주년을 맞았다. 한국도자기는 최근 고부가가치 시장을 노린 새 브랜드 '프라우나'로 도자기의 새 역사를 열었고 세계 54개국에 3000만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또 국내외 유명 호텔과 백악관등에서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섰다. 한국도자기의 '오늘'을 일궤낸 김동수 회장을 머투초대석에서 만났다. 연세대 경제학과을 졸업한 김 회장은 학자의 꿈을 접고, 45년동안 도자기에 인생을 걸었던 이 업계의 산증인이다.
―먼저 창사 60주년을 축하합니다. 거창한 기념식과 함께 이벤트 행사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너무 조용히 지나가는 것은 아닌지요
▷요란하게 행사를 치룬다고 경영에 무슨 보탬이 됩니까. 평소처럼 조용히 지나가는게 순리라고 봐요.다만 창사 60주년 기념일(4일)에 장기 근속한 직원들에게 10돈짜리 순금메달을 손수 건네주는 것으로 기념행사를 대신했지요. 끈임없는 신제품 개발과 내실 경영만이 세계 최고를 유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그렇다면 지난 7월 출시한 `프라우나'를 창사 60년을 기념한 야심작이자 도자기 역사의 새 장을 여는 전기로 보면 되겠습니까.
▷(빙그레 웃으면서) 꼭 그런 것은 아닙다만 프라우나를 내놓고 보니 그렇게 해석하는 분위기 입니다. 사실 프라우나는 한국도자기가 심혈을 기울인 제품입니다. 영국의 세계적인 도자기 제조업체 '로얄덜튼'의 디자이너와 한국도자기가 공동으로 기획해 만들어냈지요. 찻잔 한 세트가 30만원을 호가할 정도의 고가 제품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입니다.
―시장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요
▷'프라우나'는 지난 9월 이탈리아 밀라노 가정용품 박람회에 출품돼 현장에서 10만달러 어치의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따금 서울시내 백화점 매장을 직접 둘러보아도 선물용으로 주문이 꿰 들어 오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반응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라우나를 영국의 디자이너와 공동 개발한 사례처럼 김회장께서는 도자기의 디자인을 특별히 강조하고 계신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지고 욕구가 다양해 지고 있어 디자인은 그 보다 앞서야 합니다. 다시말해 도자기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길은 제품의 질과 디자인에 달려 있는 셈이지요. 특히 도자기 수출의 대부분은 지금까지 주문자상표(OEM) 방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국내 도자기 제품이 우수한데도 디자인이 떨어져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이 큽니다. `프라우나'는 OEM방식의 한국도자기 수출에 대한 새로운 활로모색책이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질좋고 우수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외국 명품 브랜드의 이름을 붙여야 인정을 받을 정도로 냉정한 것이 세계시장 입니다.이 때문에 '프라우나'는 당당히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내년 2월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에는 '프라우나'의 이름을 내걸고 독자적인 전시 부스를 확보하는등 해외시장 홍보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백악관과 로마 교황청, 노벨상 기념 만찬회에 쓰일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고 한국도자기의 제품들은 '레녹스'사와 '시스락' 등 외국 도자기업체의 이름으로 납품되고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슴니다.
―얘기를 경영으로 돌려 볼까요. 한국도자기는 부채없고 감원없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인지요
▷선친의 경영철학은 절대로 무리한 기업확장이나 영업을 하지 않는 것 이었습니다. 한국도자기가 도자기 외길을 걸은 이유이고 부채없는 경영을 이어온 이유 입니다. 부채가 없었던 탓에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넘겼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수 있는 발판이 되었지요
나 역시 선친이 창사 초기 무리하게 사채를 끌어쓰셨을 때 경영에 참가했고 그 때 빚 무섭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은행 돈을 마음대로 빌려 쓸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차입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을 꿋꿋하게 지켜습니다.
지난 73년 사채를 완전히 청산한 후 지금까지 어음을 발행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결제하고 있어요. 한국도자기는 부채비율 0%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기업으로 일궈나가겠다는게 나에 경영철학 입니다.
―얼마전 영국의 세계적 도자기사인 `로얄덜튼' 인수를 추진했던 것 같은데요
▷사실 인수욕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세계적 회사를 인수하는 데는 그만큼의 메리트도 있지만 무차입 경영을 한다는 회사원칙에 맞지 않아 포기했어요. 빚을 진 채 회사 규모만 커지면 뭐 합니까, 작은 집에 살아도 빚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것처럼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도자기는 외환위기의 어려운 시기나 최근 경기부진에도 인력을 전혀 줄이지 않아 업계에서 시기와 부러움을 눈길을 동시에 보내고 있습니다. 감원을 하지 않는 것도 경영철학과 관계가 있는지요.
▷회사가 어려울때 인력을 줄이면 기업내실화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직당한 가정은 어떻게 됩니까. 함께 사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지요.그 대신 경영진이 법인 카드를 반납하고, 전깃불을 아끼는 등 씀씀이를 줄이는 식의 기업내부에서 탈출구를 모색하는게 정도이지요. 더욱이 직원들이 없었다면 한국도자기의 오늘도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덕분인지 한국도자기의 노사관계는 노사협의회가 임금 인상률까지 경영진에 위임할 정도로 신임이 두텁지요
―마지막 여담입니다만 외모로 보면 기업인이라는 인상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사업에 인생을 걸었는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수가 꿈 이었지요.그러나 대학을 졸업하면서 경영난에 허덕이던 아버님을 도와 일을 시작했던게 발을 빼지 못한채 나이 60을 훌쩍 넘기고 말았어요(웃음). 동생(김성수 사장)이 회사를 잘 꾸려가고 있으니 마음이 편합니다. 아마 기업인으로서 인터뷰는 오늘 머니투데이가 마지막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