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유비무환(有備無患)

[내일의 전략]유비무환(有備無患)

신수영 기자
2004.01.13 18:42

[내일의 전략]유비무환(有備無患)

13일 거래소 시장은 3일만에 약세를 보이며 하루를 마감했다. 장종가는 2.36포인트 내린 848.43. 시가 855.42로 연중 최고치 수준에서 출발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조정폭이 0.28%로 적었고 외국인도 여전히 순매수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우려할 만한 조정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주가하락의 주범은 프로그램 매물이었다. 장중 베이시스가 0.4~0.5포인트에서 등락하며 20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장에 쏟아졌다. 외국인의 매매패턴은 현물과 선물 시장에서 서로 엇갈렸다. 현물시장에서 2932억원의 매수우위(코스닥은 397억원 순매수)를 보인 반면 선물시장에서는 무려 5765계약을 매도했다. 베이시스 위축은 프로그램 매물을 불렀고 현물 시장의 지수하락으로 귀결됐다.

◆외국인, 예방차원에서 한번 팔아봤어

전문가들은 이날 지수 하락을 '단기적 숨고르기'로 평가하고 추세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점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추세변화의 키는 외국인. 이들이 매도세로 돌아서게 된다면 큰 폭 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만일 외국인이 변심한다면 징조는 보유하고 있는 현물 포트폴리오의 축소 과정이나 선물옵션시장에서의 헤징 움직임으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선물시장에서의 매도세가 본격화될 경우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날 선물시장의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와 관련, 지승훈 대투증권 연구원은 그간 상당한 규모를 순매수해온 외국인이 헤지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전날까지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누적 순매수 규모는 1만3282계약. 현물시장에서의 순매수도 2조원을 웃돌았다.

지 연구원은 "주식 순매수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주가하락에 대비해 일정한 헤지수요도 필요할 것"이라며 "누적 순매수가 순매도로 반전될 경우라면 헤지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판단해 경계할 필요가 있겠지만 오늘 선물 매도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변심할때..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주체가 외국인인 이상, 외국인을 추종하는 매매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원증권은 이들이 태도를 바꿀 때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외국인의 증시 이탈 요인을 짚어봤다.

그 첫번째 요인은 중국 정부의 추가 긴축 정책이다. 중국 모멘텀은 IT주에 대한 관심, 달러약세와 더불어 연초 거론되고 있는 외국인 매수의 이유중 하나. 동원증권은 지난 9월 중국의 지준율 상향조정에도 불구하고 11월 후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긴축정책이 동원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가파른 달러약세는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외국인의 아시아 매수 주식열기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음으로는 한국시장의 저평가 매리트를 가릴 수 있는 지배구조의 불합리성 문제를 들었다. 동원증권은 최근 외국인 매수가 급속화된 국내에서 일종의 외국인 경계론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IMF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합리적인 지배구조 형성이 지연될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카드 처리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불합리성이 드러나며 외국인의 경계심리를 자극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송학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중요한 변수로 달러화 약세와 금리인상 여부, 중국경제의 둔화 등을 지적했다. 그는 연초부터 중국 모멘텀 약화현상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하반기 미국 경기 둔화를 우려했다. 최근 상승추세를 인정, 다음달 중 최고 9000포인트의 돌파시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3분기 최저 650포인트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개인들 16일만에 사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는 개인들이 16거래일만에 순매수로 전환하며 149억원어치를 사들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날 매수는 규모가 작고 또 실질적인 자금의 증시이동없이 행해진 매수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 듯하다.

더욱이 지수가 추가 상승하고 '외인 매수-개인 매도'라는 기존의 구도가 지속된다면 개인들의 소외감은 더욱 커질 전망.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12일 기준 실질고객예탁금은 2628억원으로 나흘 연속 순유출됐으며, 규모도 지난달 16일 3000억원대의 감소 후 가장 큰 규모"라며 "증시에 개인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개인들의 기조적 흐름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IT주의 추세가 삼성전자 실적발표인 15일경 단기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며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기는 어려운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지수보다는 종목

우선 삼성전자 실적발표를 기점으로 단기 조정의 가능성이 대두되는 만큼 추격매수는 찜찜한 상황이다. 선택은 두가지다. 조정시 매수하거나 차익실현에 나서거나. 한편으로는 실적시즌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실적호전주에 대한 관심도 중요한 시점이다.

김 연구원은 지수가 850p까지 상승하는 과정에서 업종 대표주 일부를 중심으로 한 순환매가 형성됐음을 지적하며 종목에 대한 관심의 폭을 좁히라고 주문했다. 외국인이 관심을 두고 있는 일부 종목을 선정한 뒤 종목별 양호한 조정을 보일 때 베팅하는 것이 좋겠다는 설명이다.

강현철 LG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그간 예상치를 기준으로 움직이던 막연한 상승국면에서 벗어나 본격적 실적 시즌에 진입했다"며 "14일 인텔 및 야후를 출발점으로 '기대와 실망이 뒤섞이는 등락 국면'이 전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오늘 지수 조정은 수급상황이 양호하고 시장 에너지도 충분해 재상승을 위한 흐름으로 보인다"며 "실적 시즌 진입으로 변동성이 다소 확대될 것이나 전반적인 방향성은 우상향이라는 점에서 대형주 중심의 매수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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