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매매 사기..검사비 명목 극빈층 94명 등쳐

장기매매 사기..검사비 명목 극빈층 94명 등쳐

중앙일보
2004.02.06 07:27

장기매매 사기..검사비 명목 극빈층 94명 등쳐

"신장이라도 팔아 네 식구가 사는 보금자리를 지키려 했는데…."

"어렵게 빚 보증을 서준 친구에게 미안해 간이라도 팔고 싶었는…."

5일 오전 인천지방경찰청 수사과. 장기(臟器)매매 알선 사기범에 걸려든 사연을 털어놓던 A씨(47)는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1년여 전 실직한 뒤 생활고로 5천여만원의 은행빚을 지는 바람에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게 됐던 지난해 12월 어느날 A씨는 경인전철 부평역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신장 기증자 사례'라는 광고 스티커를 보았다.

A씨는 주저없이 스티커에 적힌 장기매매 사기범 조모(39)씨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조씨는 A씨에게 "신장은 5천만원, 간은 8천만원에 팔아주겠다"며 "집에서 가까운 종합병원에 가서 우선 혈액검사를 받은 뒤 연락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혈액검사를 받은 A씨가 다시 전화를 걸자 조씨는 "이제 정밀검사가 필요하니 70만원을 내 계좌로 입금시켜라. 빨리 입금할수록 장기를 빨리 팔아주겠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A씨는 서둘러 친구들에게서 돈을 빌려 조씨 계좌로 입금했다. 하지만 "일주일 안으로 연락을 주겠다"던 조씨는 휴대전화와 은행계좌를 없애고 잠적했다.

대학생 B씨(24)는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가 집을 나가자 장남으로서 자신의 등록금과 동생들의 학비.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조씨에게 연락했다가 A씨처럼 돈만 날렸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사채업자에게서 빚 독촉을 받고 자신에게 은행 보증을 서준 친구가 울먹이며 월급이 압류될 지경이라고 하소연하자 어쩔 수 없이 "신장을 팔아달라"고 조씨를 찾았다가 역시 50만원을 사기당했다.

이처럼 조씨에게 사기당한 사람은 지난 6개월 동안 모두 94명으로 피해액만도 4천1백여만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빚 독촉에 시달리는 신용불량자이거나 실직자.노숙자 등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장기(臟器)매매를 알선해 주겠다며 조직검사비 명목으로 1인당 40만~70만원씩 받아 가로챘다. 조씨는 경인전철과 서울지하철역 화장실 80여곳과 버스정류장 50여곳, 종합병원 화장실 20여곳 등 1백50여곳에 스티커 3만여장을 부착하고 타인 명의로 개설된 은행계좌 8개와 휴대전화 6개를 범행에 이용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2002년 장기매매 알선 사기범에게 나도 같은 사기를 당했다"며 "광고 스티커를 붙이기 무섭게 장기 매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하루 수십여통씩 빗발쳤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