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인텔쇼크..공주병은 없다
‘인텔쇼크’로 증시가 크게 흔들리며 투자자들의 멍든 가슴에 못을 박았다. 주가가 오를 때는 ‘외국인만 배 불린다’며 투덜대던 개미(개인 소액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지자 휑한 가슴에 삭풍이 몰아치는 고통이 겹쳐왔다. ‘돈 잃고 기분 좋은 놈 없다’는 도박의 철칙처럼 ‘주가가 떨어질 때 즐거운 놈 없다’는 것은 주식투자의 철칙이다(물론 매도포지션을 잡은 사람은 박장대소를 터뜨릴 것이지만…).
2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2.93포인트(1.47%) 떨어진 864.59에 마감됐다. 이는 지난 10일 이후 10일(거래일기준)만에 660대로 밀린 것. 코스피200선물 3월물 가격도 1.75포인트(1.52%) 하락한 113.7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종합지수는 10.21포인트(2.30%) 떨어진 433.68.
꺾인 IT..무너진 주가..높아지는 한숨, 그리고 …
전 세계 IT(정보기술) 주식의 맏형 격인 미국의 인텔 주가가 급락해 전세계 증시의 동반하락을 유도했다. 인텔은 23일(미국시간) 전날보다 1.0달러(3.33%) 떨어진 29.0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전고점이던 1월8일(34.24달러)보다 15.3%나 하락한 것으로 작년 10월20일(28.62달러) 이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여파로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3.15% 떨어지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2.74% 끌어내렸다. 또 나스닥지수는 장중에 2000선이 무너진 뒤 전날보다 1.49% 떨어진 2007.52에 마감돼 연말지수(2003)를 위협했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도 24일 전날보다 224.83엔(2.07%) 떨어진 1만644.13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반도체 주가가 급락한 탓으로삼성전자(2.93%)하이닉스반도체(7.73%)아남반도체(3.57%) 등도 폭락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IT 경기가 둔화조짐을 보이면서 미국에서 주도주가 IT에서 은행주로 바뀌는 양상”이라며 “증시는 3월까지 가격 및 기간 조정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로운 공주(獨也靑靑)’는 없다
본국에서 일격을 당한 외국인은 변방에서 팔자에 나서 주가하락폭을 크게 했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653억원, 코스피200선물 1808계약, 코스피200옵션 콜옵션 2만5037계약(풋옵션은 4만2175계약 순매수) 등을 순매도했다. 현물-선물-옵션의 동시 매각이라는 ‘3각 파도’로 한국 증시가 배 멀미를 세게 한 셈이다.
한국 증시는 나스닥지수가 5주 연속 하락하는 등 미국 증시가 뚜렷한 조정을 보였음에도 880선을 꿋꿋하게 지켰다. 외국인 매수를 뒷심으로 △삼성전자 삼성SDI POSCO 등의 사상 최대 이익과 △SK(주) 한미은행 현대엘리베이터 등을 대표로 하는 M&A △조류독감 황사 인터넷교육 등으로 이어지는 틈새시장 등의 덕분이었다. “외국인이 대량으로 팔지 않을 것으로 보여 주가의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며 한국 증시는 상승을 향한 ‘나의 길’을 갈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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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세가 뉴스를 만든다’는 증시 격언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듯 주가가 떨어지자 긍정론 보다는 신중론, 조정론이 더 많아지고 있다.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고서는 시험을 잘 못 봤다고 투덜대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처럼 외국인에게 시장 주도권을 뺏기고 나서 외풍(外風)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고 불평해야 입만 아프다”는 자조(自嘲)론도 나온다.
840선에서 지지 기대..추가하락해도 800선은 지킬 것
삼성전자삼성SDI등 주도주가 하락하고한국전력KT&GS-Oil우리금융삼성화재한국가스공사등 경기방어적인 주식들이 상승하고 있다. 증시가 조정을 보이고 있다는 뚜렷한 지표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 부장은 “미국 나스닥지수가 60일선 밑으로 떨어져 추가 하락하는 모양”이라며 “종합주가지수는 전저점(835.50, 2월4일)과 60일이동평균(831.78)보다 약간 높은 84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석규 B&F투자자문사장도 “TFT-LCD 가격이 하락조짐을 보이고, 환율 변동성이 커졌으며, 미국의 금리도 주가에는 부정적인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당분간 공격적인 매매보다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자세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는 “미국 거시경제와 IT산업 동향 등 큰 그림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세계 증시의 등락 방향과 기간은 비슷하게 움직이는 만큼 나스닥지수가 하락하는 동안은 한국 증시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인환 사장은 “주가는 떨어질 때는 예상보다 더 하락하고 오를 때는 더 상승하는 속성이 있다”며 “종합주가지수는 일시적으로 800선 근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주가가 50만원 근처까지 떨어지면 매수에 나서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