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헤게모니 변화

[오늘의 포인트]헤게모니 변화

권성희 기자
2004.03.05 11:53

[오늘의 포인트]헤게모니 변화

외국인들의 견조한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종합주가지수가 900대를 굳히고 있다. 5일 오전 11시40분께 벌써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16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흐름이라면 오늘도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무난히 2000억원을 넘어 3000억원 가까이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FTSE가 20일 이후에 한국과 대만을 선진국 지수에 편입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외국인 순매수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파악된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선진국에 투자하는 큰 규모의 펀드들이 신규로 한국 대형주 위주로 비중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900 돌파는 외국인들의 작품이란 점, 그리고 900을 넘어서까지도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특징이다. 종합주가지수가 900을 넘은 적은 1988~1989년, 1992~1994년, 1999~2000년, 2001~2002년, 그리고 현재까지 모두 5번이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이 중 증시를 개방한 1992년 이후 4번의 지수 900 돌파에서 이번을 제외한 3차례는 모두 국내 자금이 지수를 90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1992~1994년의 경우 외국인은 지수 900 부근까지 순매수하다 900을 넘어서자 곧 순매도로 돌아섰다. 1999~2000년 상승기에는 지수 700대에서부터 팔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당시 700~900 사이에서 7300억원을 순매도하고 900을 넘어서자 또 470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당시 기관은 700~900에서 1조1000억원을 순매수하고 900 이상으로 지수가 올라온 뒤에야 1400억원 순매도를 보였다.

2001~2002년의 경우 외국인은 700~800에서 2000억원 순매도하고 800~900 사이에 1조2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국내 기관은 700~800 사이에서 1조원을 순매수하고 800~900에서 또 1조원을 순매수했다. 과거에는 지수 700~900 사이에서 외국인이 팔면 국내 기관이 받아가는 양상이 펼쳐졌던 셈.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히 다르다. 외국인은 지수가 지난해 4월 500대에서 순매수를 시작해 지수가 900을 넘어선 현재까지도 어떤 지수대에서건 계속 매수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수가 900을 넘어선 뒤에도 외국인들의 순매수 강도는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의 유동성만으로 지수가 900을 넘어 1000에 도전하고 있다.

정상권 마이애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지난해부터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가 약 20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13조원은 750 이상에서 매수한 것"이라며 "세계 경기 흐름에 큰 변화가 없다면 별다른 조정 없이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격 매수가 부담스럽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낙관론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는 의견이다.

정 펀드매니저는 특히 "1990년대는 달러 강세의 시대,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미국 증시의 최고 강세장 등을 특징으로 했으나 최근에는 달러 약세 기조를 비롯해 미국 중심 체제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중심으로한 아시아권으로 경제 주도권이 넘어오고 있다는 신호들이 있다는 것. 정 펀드매니저는 이러한 헤게모니의 변화가 있을 경우 "한국 증시가 1000이라는 마의 벽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김기수 CLSA증권 상무도 "섣불리 말하긴 어렵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으며 한국 증시를 레벨업할 수 있는 유동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선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증시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들의 유동성이 지수를 900 위로 끌어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외국인에 의한 한국 증시의 리레이팅(재평가)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는 지적이 증권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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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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