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생의 어떤 2막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복제를 통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한국의 위상을 또 한번 전 세계에 드높인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미국 국가과학진흥회 주최 연례 학술회의에 앞서 쓴 한 기고문의 제목을 '생의 1기를 마감하며'라고 붙였다. 말하자면 이번 연구를 위해 그간 정신 없이 살아온 그의 생이 전반부에 해당한다면, 앞으로의 삶은 후반부가 된다는 의미다.
한 인간의 삶을 단순히 나이로 구분하는 것은 참으로 무의미한 일이다. 만약 80세에 생을 마감한 어떤 사람이 있다면 40세까지가 전반부였고, 그 다음부터가 후반부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보다는 자신이 어떠한 일을 했는지 그 업적과 성과를 통해 자신의 삶이 구분되길 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황우석 교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앞으로 맞게 될 ‘2기의 삶’ 또한 어떠한 모험과 도전, 불가능을 뛰어 넘는 기적이 있을지 모를, 흥분되는 인생이 될 것이란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인생이 황교수처럼 ‘흥분되고 빛나는 삶’일 수는 없다. 각자의 삶마다 ‘도전과 응전’의 반복이 있겠지만, 그 모두가 빛나는 모험의 도전과 성과로 점철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이 의미 없는 것일까.
그 누구든지 현재 내게 주어진 ‘바로 지금의 삶’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누구든 바로 지금의 조그마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인생의 2막을 열 수 있다. 지나간 삶이 어찌되었든, 지금의 나이가 어떻든 상관없이 ‘2기’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에서 운영하는 ‘실버넷’(www.silvernet.ne.kr)을 보면 더더욱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실버넷’은 고령화 시대의 주축인 노인들이 중심이 되어 사회, 문화, 복지, 이슈 등 모든 분야의 주제를 실버 관점에서 다루는 홈페이지다.
이 곳을 들러보면 비록 서투른 솜씨이나마 ‘어르신’들이 자신의 글을 직접 올리고, 친구를 만들며, 가족 이야기를 나누는 등 새로운 사랑방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이 곳에서는 서로 공감하는 고민도 나누고 실버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도 나눈다.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키보드가 나왔다는 소식도 제일 먼저 오른다.
이는 실버 세대의 정보화 수준 향상을 위해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지난 2000년부터 전국 16만 여명의 ‘어르신’들에 대해 정보화 교육을 실시한 결과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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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넷기자단’은 좀 더 적극적인 실버들이다. 이들은 실버 세대의 권익보호를 위해 기존의 언론사에 기사를 제공하거나 노인 정보복지 향상을 위해 다양한 언론활동을 한다. 이들은 2002년 8명으로 시작됐는데, 지난 2월말에 발대식을 가진 제2기 기자단은 17명으로 늘어나는 등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삶의 여명기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는 것은 인생의 2막을 여는 것과 같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는 황교수의 업적만큼이나 중요하고 경이로운 일이다. 예전에는 컴퓨터에 손도 못 대게 하던 손주 녀석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슬그머니 컴퓨터 자리를 비켜주는 일은, 그 얼마나 행복한 경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