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탄핵정국과 경기회복

[기고]탄핵정국과 경기회복

임일섭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2004.03.14 15:19

[기고]탄핵정국과 경기회복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통과로 증폭된 정치경제적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당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에 비해 무려 2.43% 하락한 848.80으로 마감되었는데, 이러한 주가 급락은 정치적 혼란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우리 시간으로 12일 밤 개장된 뉴욕 증시의 반응은 한결 신중하였다. 한국물(ADR)들의 가격이 다소 하락하고 외평채 가산금리(10년물)도 4bp 상승하였으나 그 폭이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월가의 신중한 반응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며, 정치적 혼란이 조기에 수습된다면 경제회복에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경제는 경기회복 초기 국면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수출이 3개월째 30%를 넘는 호조세를 나타내면서 경기회복을 견인하고 있으나, 기업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고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증가 등의 문제로 민간소비 역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출과 내수 사이의 디커플링(decoupling)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수출위주인 대기업들의 경기 호조와는 대조적으로 내수에 주력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과 부도위기 등이 지속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실적마저 양극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원유를 비롯한 금, 동, 알루미늄, 철강석 등 주요 원자재의 국제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세계적인 경기회복을 반영하고 있는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수출기업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원재료를 수입하여 가공 및 조립을 거쳐 국내 판매에 주력하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시킬 수 없기 때문에 기업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이미 진행되고 있던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실적 양극화를 더한층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 현상이 해소되고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수가 살아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최근 통계청의 소비자심리 조사에 따르면, 작년 9월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던 소비자들의 소비여건과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가 다시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향후의 내수 회복에 부정적인 전망이 드리워지고 있다.

여기서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불안이 장기화 된다면 그렇잖아도 위축되어 있던 소비가 다시 침체국면으로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경제적 혼란과 불확실성 하에서 기업들의 투자가 회복되기를 기대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미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환율도 문제다. 정치경제적 불안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등이 일어나면서 환율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다. 원화의 평가절하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내수기업의 비용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실적 양극화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대하던 내수 회복은 멀어지고 점진적인 경기 회복세도 다시 꺾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아직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해외의 투자가들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며, 이는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재의 정치경제적 불안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정치인들을 비롯한 온 국민의 지혜와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