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난한 부자와 모기지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을 컴맹이라고 하고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사람을 문맹이라고 한다.
요즘 세상에 문맹이 어디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신문기사를 읽다보면 종종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모기지론'이다. 강의중에 청중에게 모기지론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가 기발한 대답을 들었다. 한자로 `母基地論'이라고 쓰고 뜻까지 그럴 듯 하게 해석을 했다. 놀라운 기지(機智)였지만 답은 아니다.
모기지론은 금융용어다. 영어로 `Mortgage Loan'이라고 쓰고 읽는다.
집과 같은 고가의 부동산을 구입할 때 자기 자금만으로 부족할 경우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산 다음, 길게는 30년 이상의 긴세월에 걸쳐 원리금을 갚아가는 제도이다. 우리 말로 하면 `장기 부동산담보 대출'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대출이 고령화사회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몇 살까지 살까? 2001년 현재 평균수명은 76.5세이다. 예로부터 아주 드물다는 뜻으로 고희(古稀)라고 부르던 칠순잔치를 이제는 보통 사람이면 다 치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더구나 여성의 평균 수명은 80세로 `여성 팔순(八旬)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게다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나고 아이낳아 기르기가 힘들어 지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여성 1인당 낳는 아이수(합계출산율)는 60년대 6명에서 2002년에는 한명이 조금 넘는 1.17명으로 줄어 들었다. 이렇게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출산율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70살, 80살을 산다. 그런데 우리는 이보다 훨씬 일찍 직장에서 밀려난다.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여 50살 전에 직장을 떠나는 세상이다. 미처 노후를 대비할 틈도 없이 백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힘들게 교육시킨 자식들은 수입이 없어진 늙은 부모를 모시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평생동안 힘들게 일하여 집한채 마련하고는 빈손으로 노후를 맞는다. 돈이 집에 묶여 있어 생활비 등으로 쓸 돈은 없는 `가난한 부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모기지론을 약간 변형한 형태의 금융상품은 반가운 소식이다. 집을 사기 위해서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기왕에 있는 집을 은행에 맡기고 대출 받아 노후 생활비로 충당하는 방법이다.
독자들의 PICK!
우리는 지금 경제활동을 그만두어 돈벌이를 못하게 된 후에도 20∼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노후를 찬란하게 저무는 황혼처럼 아름다운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각개인별로 자기에게 맞는 철저한 노후대책이 필요하다. 그 하나의 방편으로 모기지론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집은 있으나 수입이 없는 개인의 노후대비에 일조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