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은행장의 자격요건과 이사의 역할

[시평]은행장의 자격요건과 이사의 역할

전성인 홍익대 교수
2004.03.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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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은행장의 자격요건과 이사의 역할

최근 우리금융지주회사의 회장으로 선임된 황영기 신임 회장의 우리은행장직 겸임과 관련하여 자격조건과 관련한 시비가 일고 있다.

이 문제는 비단 한 민간 금융기관의 경영진 선임이라는 차원을 넘어 참여정부의 중요 정책목표이기도 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보다 큰 차원에서의 함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문제가 이처럼 복잡하게 된 것은 은행법상의 임원 자격요건 제한이 금융지주회사법상의 자격요건 제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법상의 임원 자격요건은 충족하면서도 은행법상의 임원 자격요건은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번 황 은행장 내정자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우선 관련 규정부터 살펴 보자. 은행법 제18조에는 은행의 임원이 될 수 없는 각종 결격사유가 명시적, 혹은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특기할 점은 제18조 제1항 각호의 명시적 사유 이외에 은행법에는 제2항과 제3항의 조건이 추가로 적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동조 제2항에는 “금융기관의 공익성 및 건전경영과 신용질서를 해할 우려가 없는 자”이어야 한다는 추가적 조건이 제시되어 있고, 제3항에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이와 관련한 규정을 제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한 은행업 감독규정 제17조에는 은행장이 충족해야 할 총 7가지의 자격기준이 병렬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2호의 다목에는 문책경고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에 대한 기피사유가 적시되어 있다. 주지하듯이 황영기 은행장 내정자는 이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형식적 하자가 없다.

문제는 감독규정 제17조 제6호의 규정이다. 2002년에 새로 개정된 이 규정은 여신거래기업과 특수관계에 있는 등 “특정거래기업 등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는 은행장이 될 수 없다고 추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황 은행장 내정자의 자격시비가 이는 부분은 바로 이런 측면이다.

우리은행의 일부 임원과 심지어 금융감독당국은 황 은행장 내정자의 자격시비와 관련하여 당사자가 문책경고를 받은 지 3년이 경과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감독규정 제2호 다목에 대한 치유근거는 될 수 있을 지언정 정작 논란의 핵심인 제6호의 치유여부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항변이다. 제6호는 당사자가 특수거래기업 등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는 자인가의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황 내정자가 어떤 이유로 문책경고를 받았는지를 살펴 보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우리은행의 특수거래기업과 무관한 어떤 다른 사항에 기인한 문책경고였다면 경고후 충분한 기간이 흘러 제2호 다목이 치유되기만 했다면 추가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황 은행장 내정자는 우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고 있는 특수거래기업인 삼성그룹과 관련한 여러 옳지 못한 거래에 연루되어 문책경고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우리 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을 중간에 넣어 계열사인 삼성자동차를 부당지원하거나, 산하 투신사의 주식지분 매각과 관련하여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에게 부당한 재산상의 이익을 안겨준 내용 등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감독규정 제17조 제6호가 아무런 문제없이 충족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오늘 우리은행 이사회가 열린다고 한다. 우리은행의 이사들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들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나 금융감독당국이 아니라 우리은행이라는 회사에 대해 충실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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