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소버린의 지배구조는 몇점 ?

[시평]소버린의 지배구조는 몇점 ?

이상빈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04.03.1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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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소버린의 지배구조는 몇점 ?

재벌그룹의 독단적인 경영에 대한 반작용으로 회계의 투명성 및 개별기업 경영의 독립성을 골자로 하는 기업지배구조가 우리 경제의 화두로 등장한지 오래 되었다. 소버린이 기업지배구조를 기치로 내걸고 시도한 SK(주)에 대한 적대적 M&A가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일 년 마다 주총이 개최되기 때문에 어느 쪽이 승리하였다고 장담하기 이르다. 소버린은 주식을 매집한 후 일 년 동안 약 350%라는 수익률을 기록하였으니 일 년을 더 기다려도 손해 볼 것이 없다. 더구나 소버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마저 우리 주위에 볼 수 있어 소버린은 뽕도 따고 임도 보는 격이 되었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등 위법행위에 대해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SK(주)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소버린이 시도하는 적대적 M&A가 과연 우리에게 무슨 득실이 있는지 곰곰이 따져 보아야 할 문제이다.

겨 묻은 개를 나무라기 위해서는 최소한 겨가 묻어 있지 않아야 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면 소버린의 기업지배구조는 어떠한 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펀드가 가지는 태생적 한계를 소버린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 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면 소버린은 단기자본이득을 추구하는 투기적 자본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자산이 50조가 넘는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의 경영권을 확보하려 한다면 SK 그룹에 대한 비전을 소버린은 먼저 제시하여야 한다. 이를 외면한 채 소버린은 기업지배구조개선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어물쩍거리면서 넘겨 버린다면 소버린의 매입원가 1769억과 자산 50조가 너무 대비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기업 경영성과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에서 유래하기 보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과감한 도전에서 더욱 더 제고된다. 사외이사수를 내부이사와 동수로 하고 감사위원회 및 각종 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하여 기업의 가치가 저절로 올라가지 않는다.

사외이사는 감시자로서의 소극적인 역할만 하지 기업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기업을 끌고 가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 기업경영의 중심에 있는 최고경영자가 미래를 통찰하면서 행하는 창조적 파괴에 의해 기업의 경영성과는 좌우된다.

이런 각도에서 볼 때 기업의 흥망성쇠는 최고경영자의 혜안에 있지 최고경영자를 견제하는 사외이사로부터 직접 유발될 수는 없다. 이러한 기업경영능력을 소버린은 갖고 있는 가에 대한 답은 아무래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경영능력이 없는 소버린이 SK(주)를 장악하면 SK(주)가 갖고 있는 알짜배기 자산을 매각하여 현금화하는 방법이 소버린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외국자본은 투기자본일수록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몇몇 조치를 내세워 소액투자자들의 마음을 잡는 한편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앞세워 우리나라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외국자본이 투기자본인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외국자본을 무조건 신뢰하는 행동은 우리 경제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마치 서부활극 영화에서 백인은 항상 선하고 인디언은 무조건 악의 축으로 묘사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대기업의 오너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여 대기업 자체를 미워해서는 아니 된다. 더구나 외국의 투기자본이 우리 대기업을 마음대로 요리하게 내 버려둔다면 우리는 결국 되로 받고 말로 주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외국자본을 배척하는 국수주의를 지나 이를 무조건 숭배하는 단계에 있는 것 같다.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국자본과 경쟁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단점을 외국자본의 위세를 빌려 해결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잠재력의 배양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우리 것을 항상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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